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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 팡촨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러시아 접경지대. 두만강 오른편이 북한이고 왼편이 러시아다. 그리고 저 멀리 동해바다가 보인다. |
아주경제 훈춘 조용성 특파원 = 중국 지린(吉林)성 옌벤(延邊)자치주 훈춘(琿春)시 중심가인 신안루(新安路)에는 주말이면 러시아인들로 북적댄다. 훈춘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도 많거니와 주말에 쇼핑을 나온 경우도 부지기수다. 중국인과 러시아인들이 뒤섞인 이 거리에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러시아어와 러시아 상인들의 어설픈 중국어 발음이 이국적인 풍취를 더해준다. 생필품 가격이 비싼 러시아를 떠나 주말을 이용해 훈춘을 찾은 이들은 중국 상인들과 흥정을 하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때문에 훈춘 대부분 주요상점의 간판에는 러시아어가 병기돼 있다. 훈춘은 조선족자치주 소속의 시(市)이기 때문에 모든 간판에 한글과 중국어가 병기된다. 러시아어가 더해져 3개국어가 쓰여있으며 여기에 영어까지 쓰여진 4개국어 간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의 문화가 혼재돼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내는 이곳은 동북아 신흥 물류기지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훈춘시는 두만강 하구에 위치해 북한, 중국, 러시아 등 3국이 접해 있는 국경도시다. 훈춘이란 명칭은 국경이라는 뜻의 만주어를 한자로 음차한 데 기원한다. 이 곳은 1900년 의화단사건(義和團事件)때 러시아군의 침입로가 된 곳이며, 1860년 청나라와 러시아의 조약으로 그 동부가 러시아에 할양됐다. 때문에 훈춘에서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지만 바다에 접해있지는 않다. 인구는 약 25만 명이며 조선족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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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의 취안허세관모습. 이곳을 통과한 화물들은 북한으로 들어간다. |
◆동해까지 15km, 나진은 48km
국경도시 훈춘에는 네곳의 세관이 있다. 이 중 훈춘세관과 철도세관은 러시아를 향해 있고, 취안허(圈河)세관과 샤퉈즈(沙坨子)세관은 북한에 접해있다. 훈춘은 러시아와 북한과는 육지로 접해있고, 일본과 한국과는 해양으로 인접해 있다. 훈춘에서 동해까지는 15km 떨어져 있다. 훈춘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러시아, 북한의 부동항이 여럿 있다. 러시아의 포시에트항과는 42km, 자루비노항과는 63km 떨어져 있다. 블라디보스톡과는 160km에 불과하다. 특히 나진항과는 48km 떨어져 있으며 청진항과는 127km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부산항까지는 750km거리고 일본 니가타항까지는 850km다.
지리적인 잇점에도 불구하고 훈춘은 그동안 미개발지역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북한의 나진항을 통한 동해출항권을 취득한 후 물류기지로서의 가치가 부쩍 높아졌다.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은 수심이 얕아 대형선박이 접안하기 힘들다. 게다가 블라디보스톡은 부동항이 아니다. 때문에 중국 동북지역의 물동량은 그동안 철도를 통해 다롄(大連)항으로 운송된 후 선박에 실려 중국 동부연안지역으로 운반됐다. 조선족 출신의 이호남 훈춘시 선전부장은 “동북지역의 광물과 곡식이 다롄을 통해 상하이까지 11일이 걸렸지만 나선항을 통해 운송되면 3일이면 상하이에 도착한다”며 “나진항까지의 인프라가 완비되고 통관절차가 간소해진다면 훈춘은 동북지역의 핵심 물류기지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인구가 25만인데 50만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곧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다양한 정책보조로 훈춘정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구 4곳, 중앙정부 집중지원
훈춘은 총면적 5145㎢로 훈춘변경경제합작구, 훈춘중러상호무역구, 훈춘수출가공구, 두만강구역합작시범구 등 네곳의 성급 개발구가 위치해 있다. 2009년 국무원은 중국두만강구역합작개발규획을 비준했으며 훈춘을 거점도시로 확정했다. 2012년4월 중국두만강구역(훈춘) 국제합작시범구가 국무원의 비준을 받았다. 중국정부가 훈춘을 `동북아시아의 무역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승인한 것이다.
그리고 지린성 정부는 지난 5월29일 훈춘에서 `두만강 지역 국제합작시범구`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훈춘시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훈춘시내 곳곳에는 `중국 두만강지역 훈춘 국제 합작 시범구 비준 획득을 열렬히 경축`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조성할 시범구는 90㎢ 면적에 국제산업합작구역, 국경무역합작구역, 북•중 훈춘경제합작구역, 중•러 훈춘경제합작구역 등 4개 구역이 포진하게 된다.
투먼장 지역 국제합작시범구 조성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창춘, 지린, 투먼을 잇는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지투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은 지린성의 주요 3개 도시를 연결해 대규모 산업과 물류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이미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을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중국 동해길 연다. 훈춘통해 나진으로
교통망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 9월에는 창춘, 옌지, 훈춘을 잇는 고속도로가 완공됐고,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이 구간에서 고속철도 공사도 진행중이다.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사업이 성공하려면 동해로의 해출구 확보는 필수다. 중국은 훈춘을 동해로 나가는 길목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8월 훈춘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도로 공사를 완공했다. 이 공사에는 1억6500만 위안(한화 약 320억원)이 투입됐다. 이 도로의 완공으로 훈춘에서 나진항까지의 운행 시간은 종전 90분에서 40분으로 절반 이상 단축됐으며, 대형 트럭을 이용해 석탄 등의 자원을 나진항까지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09년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따냈고, 보수와 확장 공사를 통해 연간 100만t의 하역 능력도 갖췄다. 중국 정부는 나진항 1호 부두를 통해 동북3성에서 생산하는 석탄을 선박편으로 상하이 등 남부지역으로 대량 운송하고 있다. 훈춘시는 올해 나진항을 통한 석탄 남방 운송 목표량을 50만t으로 잡았다. 중국은 또 2010년 나진항 4~6호 부두를 개발해 50년간 사용할 권리도 확보했다. 바야흐로 동북아 물류 신흥 전초기지로서 훈춘이 용틀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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