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치일로 여기는 만주사변 기념일(9월 18일) 하루전인 지난 17일. 기자가 중국 푸젠(福建)성의 샤먼(厦門)을 찾았을 때 아름다운 이 관광도시는 반일의 성난 감정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불타 올랐다.
이국적 풍광으로 미국 유럽 일본인 모두에게 사랑받아온 중국 동남부의 아름다운 관광도시 샤먼에는 만주사변 기념일을 전후로 이 도시 사상 최대규모의 반일 시위가 발생했다. 도로 옆 간행물 판매소에서 구입한 1위안짜리 조간 신문에는 "2만명의 샤먼 주민들이 일본의 댜오위다오 야욕을 규탄하며 거리에서 반일 시위를 벌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다.
호텔과 상점 대형 식당 등 도시의 지표가 되는 주요 빌딩 전자 광고판에 까지 ‘댜오위다오는 중국땅’이란 선전 글귀가 빨간색으로 휘황하게 번쩍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거리와 상가 마다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거리에도 온통 반일 정서를 표출하는 각양각색의 플랭카드가 나붙어 있었다.
샤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실제로 대단히 격앙돼 있었다. 기자는 만주사변 기념일 당일인 18일 시내의 한 음식점에 들렀다가 영문 모르고 문전 박대를 당해야했다. 나중에 사연을 알고 보니 식당 주인과 주방장이 우리 일행을 일본인으로 착각해 아예 요리 제공을 거부한 것이었다.
또 이날 오후 난징(南靖) 토루(土樓)에 들렀는데 현지에서 나온 안내원이 우리를 보더니 갑자기 낯빛이 어두워 지는게 아닌가. 그 역시 역시 우리가 일본 여행단인줄 알고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 안내원은 우리가 한국인 인걸 알고 한국드라마와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판(范)모라는 현지 공무원은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주권을 굳혔는데 '타오 형님(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에 대한 애칭)은 언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에 갈수 있으려나'라는 짖굿은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시위대의 행렬과 각종 선전구호및 도시 구석구석에 감도는 반일 정서는 격앙됐지만 만주사변 기념일을 맞아 반일시위가 거세지고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모든 것은 질서 정연했다.
주민 천(陳)모는 물리적 충돌이 없었고 시위대는 이성적이었다며 모두가 폭력행위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또 40대의 한주민은 예전과는 달리 샤먼시민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돋보였다고 자랑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