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국내 증시가 매물 소화 기간에 진입하자 시장에서는 상승 한계를 예상하는 경계 세력과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매수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증시는 펀드 환매에 무릎을 꿇고 2000선 회복 닷새만에 1990선으로 후퇴했다. 주식형펀드에서는 8일째 자금유출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를 점치며 펀드환매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매물소화 과정 이후 추가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수 상승과 하락에 대한 일방적인 전망보다는 시간을 벌면서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군으로의 교체매매를 추천한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전일까지 10거래일새 1880선에서 2000선까지 120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이날 17.55포인트 하락하며 다시 199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심리 작동으로 이 기간 펀드 환매 물량(상장지수펀드(ETF) 제외)은 1조2000억원이며, 지난 14일 3차 양적완화 발표 후에는 9000억원 이상 빠져나갔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 잔고 추이를 살펴보면 코스피 2000선을 전후로 잔고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라며 “코스피 2000선은 주가의 앞자리 수준이 변하는 ‘라운드 넘버’라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지수대별 평균의 두배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진 지수대라는 점에서 상당한 매물소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1년 1월 코스피가 2000대를 유지하는 동안 국내주식형펀드는 2조2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2월 2000선에서 1930선까지 코스피가 출렁이자 국내주식형펀드에는 1조8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후 4월에 2000대를 유지하자 3조6000억원 가까이 순유출됐다. 올해도 2000선을 유지했던 3월과 급락을 보였던 5월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지난해부터 2000선 부근에서 펀드 환매가 이뤄지는 패턴은 이미 고착화됐다”면서 “현 지수대에서는 당분간 펀드 환매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펀드 환매뿐 아니라 최근 대량 발행됐던 주가연계증권(ELS)의 매도 물량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가 일단락되려면 매물소화를 위한 기간과 증시를 짓누르던 해외변수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펀드자금이 유입된 이후에는 이의 부작용을 소화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다음으로는 주가의 수준과 안정적인 추세가 유지돼야 펀드환매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수급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국인의 매수우위 스탠스와 3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되는 10월에 기업의 양호한 실적 등이 뒷받침돼야 환매가 잦아들고 유입 물량이 커지면서 2000선을 넘어서는 상승랠리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성진 연구위원은 “증시가 3차 양적완화(QE3)로 한 단계 레벨업 했으나 향후에 강력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동안 숨고르기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1900~1950선에서는 유입을, 2000~2050선에서는 환매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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