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금융기관들의 CD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에 들어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불신, 불만, 조롱 등 여러 감정이 담긴 얘기다.
CD금리 담합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었지만, 두 달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금융당국, 금융권, 공정위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서로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23일 공정위 및 금융당국, 금융기관 등에 따르면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아냥'마저 터저 나오고 있다.
라면값 조사와 비교했던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정위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공정위 측에 신중히 나설 것을 당부했다"며 "'단순한 정황만으로 CD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공정위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듯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CD금리는 물론이고 금융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해없이 의혹부터 제기한 것은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 역시 공정위의 판단 미스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CD금리가 단지 대출금리 결정에 잣대가 될 뿐,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치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공정위가 은행 본사를 조사하겠다면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가 아닌 명동에 있는 KB금융그룹 사무실을 찾았다는 웃지 못할 소문도 금융권에 떠돌고 있다. 공정위가 공명심에 사로잡혀 떠들어 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모습을 빗대어 '비아냥'거린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지 두 달이 훌쩍 지난 지금 금융권이 CD금리 대체 방안 등을 제시한 것 외에 담합 여부와 관련해선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 대변인은 이날 현재 관련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가 완료돼야 알려줄 수 있고, 그 전에는 어떤 진행 상황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가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면서 "어떤 조사든 6개월이 될지 2~3년이 걸릴지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도 "CD금리 조사가 단기간에 이뤄지긴 쉽지 않고, 1~2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2년 후에 결과가 나오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희미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위가 금융 분야까지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CD금리 조작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결과 없이 공정위와 금융당국의 힘 겨루기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그동안 공정위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견제해왔는데 금융위의 밥그릇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금융까지 영역을 넓히려 했던 공정위가 CD금리 조사란 초강수를 뒀는데 첫 발부터 무리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가 담합을 증명할 근거를 갖고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면 공정위가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 혼란만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 제기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르도록 어떤 결과 하나 내놓지 못한다는 점에서 CD금리 조사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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