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공화당 자충수에 승부 기운 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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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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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미국 대선 승자가 가려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민주, 공화 양당이 전당대회를 마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라서가 아니다. 공화당의 자충수 때문에 그렇게 됐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부자 후원자들과 지난 봄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부자가 아닌 일반 유권자들을 깎아 내리는 발언을 했다. 어떤 계산법에서 나왔는지 “오바마를 지지하는 47%의 유권자들은 연방 세금을 내지 않고도 정부에 의지하고 산다”는 것이 요지였다. 오바마의 우군이라 할 수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민주)의 손자가 우연케도 그 모임에 참석했었고, 당시 녹음한 자료를 한 웹사이트에 제공하면서 롬니의 발언이 공개됐다. 공화당으로서는 처참한 결과를 지금 경험하고 있다.

롬니로서는 억울하다. 당시 기업가, 투자가 등 부유층 유권자들만 있었기에 이들이 미국 경제나 사회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했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들과 반대쪽에 있는 시민들 보다는 이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롬니의 이 발언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비도덕적이라 할 수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의 행동은 이슈도 되지 않았다. 롬니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게 기가막힌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일이 터진 이후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도 차이는 여러 여론 조사에서 5%포인트 이상 굳혀졌다. 당분간 오바마에게 초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4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대선 게임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오마마 캠프와 민주당은 내친 김에 최근 뜸했던 '억만장자 롬니' 이미지를 다시 부각하기 시작했다. 수억달러 재산을 갖고 있고, 은퇴 연금 규모만 수천만달러를 갖고 있는 롬니는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미국의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공격이다.

롬니의 세금 문제도 다시 들고 나왔다. 수십만달러를 번 오바마는 20%가 넘는 연방 소득세를 낸 반면, 수천만달러를 번 롬니는 15%에 못 미치는 세금을 냈기 때문이다. 처음 롬니의 소득세율이 공개됐을 때 이를 지적하는 의견과 ‘그래도 롬니는 교회(모르몬) 등 비영리 자선단체에 수백만달러의 기부를 했다’는 동정론도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롬니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세금 납부 행태를 대놓고(!) 비난했기 때문에 롬니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롬니의 인용도 잘못됐지만 나머지 53%가 그렇다고 해서 롬니 편은 아니다. 이들중 대부분도 중산층이며 최근 경기 위축으로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다. 최근 수년간 오히려 최고 부유층들은 재산을 늘렸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롬니는 자기에게 돌아올 칼날을 상대방에게 건네준 셈이 됐다.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은 화를 잘 내지는 않지만 한번 화를 내면 잘 안 푼다는 말이 있다. 이들을 고객으로 둔 비즈니스 업주들이나 또 본인들도 그렇게 말한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미국 일반 유권자들의 롬니에 대한 마음은 그렇다.

이 같은 분위기는 롬니 캠프와 공화당 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억울하지만 이 발언이 공개되면서 유권자들의 냉랭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초 공화당은 지난 수년간 경제 위기를 오바마가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이슈화한다는게 전략이었다. 그래서 ‘경제 실정’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이를 통해 서민들의 마음을 오바마로부터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억만장자 롬니는 결국 서민들로부터 스스로를 돌려세우는 말로 그간의 대선가도를 마무리할 채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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