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4분기의 경우 유럽과 미국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지난 1~3분기 대비, 성장률이 다소 높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하지만 아무리 하반기 성장률이 좋아진다 해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 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경제, 잇따른 성장률 하향조정…‘암울한 전망’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불과 4개월 만에 전망치를 1%포인트나 낮게 책정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급격히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의미한다. 연간 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 7만개, 가구소득 0.5%, 정부 세수는 약 2조원 가까이 줄어들만큼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KDI의 이번 전망치는 최근 8월 이후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한 국내외 민간연구소 보다 더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KDI는 민간연구소들 보다는 전망을 긍정적으로 발표하는 편이다.
앞서 노무라와 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들이 발표한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은 2.6%대로 KDI 보다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2.8%)도 KDI 전망치를 웃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달 발표 예정인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성장률이 2%대로 내려갈 수 있다며 추가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전문가들, 성장률 2% 중반대 예상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 전망치였던 3.3%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한규 KDI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KDI가 전망한 2.5%를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며 “갑자기 국제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대내외로 호재가 겹친다고 해도 3% 달성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1분기(0.9%)와 2분기(0.3%) 성장률을 감안했을 때 3분기와 4분기 높은 숫자의 성장률이 나와야 3%대 성장이 가능한데 최근 국제경제 상황으로는 이같은 급반등이 힘들다는 판단이다.
이동은 대외경제연구원 팀장도 경제 성장률 3% 달성의 벽은 현재로선 높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유럽재정위기를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 때문에 낮은 전망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며 “우리나라 역시 2% 중반대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0.5%)이 예상된다. 미국 역시 1.8%의 저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당초 전망치인 8%에 못미치는 7.8%로 전망되는 상황. 이 팀장은 “이처럼 대외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도 역시 낮은 성장률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 유로존의 고강도 구조조정 및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등으로 경기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4분기 성장률은 1~3분기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미국의 확장정책과 더불어 국내의 경우 연말 추가부양이 집중되면서 4분기 성장률이 1~3분기와 비교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대내외 불안정 속에 성장속도 둔화
현존하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더불어 국내경제를 위협하는 요소(가계부채, 부동산 하락, 내수 위축, 수출 급감)는 내년에도 여전히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내년 상반기 경기는 2% 중반 정도로 성장속도가 낮을 것”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이 박사는 전반적으로 전 세계는 부채축소 노력들이 수요를 억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조정을 일으켜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실물경기로 미치는데 걸리는 시간과 회복되는 시간이 당장에는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불안정한 대내외적인 요인들이 성장속도를 둔화시킨다는 얘기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둔화가 내수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에 따른 부진한 국내의 내수경기와 건설 및 설비투자의 부진 등이 내년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박사는 유럽 재정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내수 위축도 심각해 내년에도 사실상 3%의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대선 삼성 선임연구원 역시 내년 상반기 경기는 2% 중반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 연구원은 ”미국의 재정문제가 해결되고, 유럽문제가 진정될 국면을 보이면서 올해보다 (경기가) 다소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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