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트 스네데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한 골프대회 우승으로 128억원이 손에 들어온다면? 로또복권에 당첨되거나 카지노에서 ‘잭 팟’을 터뜨린 사람이 부럽지 않겠다.
미국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의 최종 승자 브랜트 스네데커(32· 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스네데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끝난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4라운드합계 10언더파 270타(68·70·64·68)를 기록,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3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스네데커는 이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 1위에 오르며 보너스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받았다. 우승상금 144만달러(약 16억원)를 합하면 단 번에 1144만달러(약 128억원)를 손에 쥔 것. 그가 프로전향 후 지난해까지 받은 통산상금보다 많은 액수다. 스네데커는 타이거 우즈(2회), 비제이 싱, 짐 퓨릭, 빌 하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1000만달러의 사나이’가 됐다.
스네데커는 우승 덕분에 처음으로 세계랭킹 10위권에 진입한다. 또 그를 이번주 열리는 라이컵 미국대표로 뽑아준 단장 데이비스 러브3세에게 보답했다.
2007년 미PGA투어에 데뷔한 스네데커는 이번 대회 전까지 3승을 올렸으나 그다지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퍼트는 투어랭킹 1∼2위를 다툴만큼 그린 플레이가 돋보였다. 지난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우승에 힘입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스네데커는 꾸준히 성적을 내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우즈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대역전극을 펼쳤다.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스네데커는 6번홀(파3)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스네데커는 그러나 냉정을 되찾고 타수를 줄여나갔다. 8번홀에서 12m 버디퍼트를 성공한 그는 13번홀과 15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후 17번홀에서 우승에 쐐기를 밖는 칩 인 버디를 낚았다. 마지막 홀에서 어프로치샷이 갤러리 스탠드옆에 떨어져 보기를 했으나승부의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는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후반 세 개의 버디를 포함, 이날 버디 5개를 잡았고 보기와 더블보기 1개씩을 기록했다. 최종일 마지막 다섯 개 조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는 스네데커가 유일하다. 다른 경쟁선수들이 샷을 하기전부터 1000만달러를 생각하는 사이, 그는 침착하게 스코어를 줄여나가며 실속과 명예를 다 챙겼다. 스네데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힘든 라운드였지만 두려워하지 않았고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스네데커는 특히 마지막날 경기 직전 애틀랜타의 한 병원을 찾아가 코치(토드 앤더슨)의 아들을 병문안했다. 코치 아들은 최근 교통사고로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중환자다. 스네데커가 “내가 오늘 매킬로이를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고 환자는 윙크로써 응대했다고 한다. 중요한 라운드를 앞두고 병문안을 간 스네데커의 의리에, 무의식 상태에서도 선전을 기원한 환자의 ‘보이지 않는 힘’이 화답하면서 우승을 이끌어낸 듯하다.
우즈와 매킬로이는 초반 타수를 잃고 일찌감치 우승대열에서 멀어졌다. 우즈는 이날 2타를 잃은 끝에 합계 2언더파 278타의 공동 8위를 차지했다. 매킬로이는 드라이버샷이 들쭉날쭉하며 4오버파를 쳤다. 합계 1언더파 279타로 공동 10위다.
한국(계) 선수와 올해 ‘루키’ 가운데 유일하게 최종전에 진출한 존 허(22)는 합계 14오버파 294타로 30명 가운데 29위를 기록했다. 그는 그래도 보너스 상금 18만달러(약 2억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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