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정치 테마주' 폭탄 돌리기의 말로

  • 공희정 리딩투자자문 종합자산운용 이사

공희정 리딩투자자문 종합자산운용이사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은 1년간 주목받았던 35개 정치 테마 종목들의 실질 매매손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야 대선 후보와의 실낱같은 인연을 고리로 이른바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에 투자한 결과는 예상대로 참혹했다.

거래에 참여한 계좌 중 약 195만개에서 계좌당 평균 790만원씩 총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매매손실의 대부분은 개인투자자 계좌에서 발생했고, 최대 26억원의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도 있었다.

실제로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공식적인 출마선언 이후 소위 ‘정치 테마주’라고 불리던 종목들은 지금도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안랩 임원으로 재직한 대표이사의 이력이 재료의 전부인 써니전자의 경우, 연초 397원 하던 주가가 26일 현재 4860원. 10배가 넘게 올랐다. 그나마 빠진 것이 그렇다. 지난달 말 주가는 1만1500원까지 갔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EG도 지난해 말 1만9350원을 저점으로 최고 8만7900원까지 급등했다. 26일 현재도 주가는 4만9300원이다.

이러한 정치 테마주의 공통점이 있다.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철저하게 따로 논다는 것이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미래산업은 지난해 182억원 영업 손실을 내기 시작해 올 상반기까지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주가는 올 들어 10배 가까이 급등했다.

금감원이 테마주로 알려진 131개 종목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51%에 달하는 67개사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상 급등하는 정치테마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었다. 실적과 무관한 수급상의 여건으로만 급등락을 반복했던 테마주의 폭탄이 터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기 때문이다.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차익을 노리는 행위는 소위 ‘작전 세력’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정치 테마주’의 처참한 말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대선 당시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된 건설개발주가 이른바 ‘MB주’로 불리며 정치 테마주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07년 당시 건설업체 이화공영의 주가는 최고 33배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해 12월 초 3만2015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이 회사 주가는 직후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더니 연말에는 7531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이 회사의 현재 주가는 2380원이다.

‘정치 테마주’의 문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대선까지 아직도 3개월이나 남았다. 후보 지지율의 등락과 후보 단일화 변수,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실체 불명의 루머 등이 시시각각 등장하며 개미 투자자들을 노릴 것이다.

아울러 당선 유력 후보들의 정책이 본격화되면 ‘정책 수혜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새로운 종목들이 테마주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은 뻔하다. 정치를 재료로 해 올라간 주가는 재료의 소멸과 더불어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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