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30년 전에 아무도 하지 않았던 문화 후원사업을 시작했던 게 오늘 이 상을 받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이 머리털 깎인 삼손에게 찾아 온 기적처럼 미술계 발전을 위한 제 의욕과 용기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희자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26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2 제21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 관장은 8번째 한국인 수상자이자 최초의 여성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희자 관장은 "처음에는 세계 각국에 호텔을 지어놓고 그냥 손님만 맞이할 게 아니라 각 국가의 문화를 전해야겠다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그림을 붙여놓으니 사람들이 보기 좋아하고 작가도 궁금해 하기 시작하면서 그 나라 문화예술인까지 알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정 관장은 "그동안 영화와 미술을 비롯해 창작무용, 음악까지 지원하며 한국의 작은 예술단체와 예술가를 지원했다"며 "현재 미술 분야는 딸이 물려받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이 많아도 주변 사람에게 밥을 사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이 없어도 대접하는 사람이 있다"며 "뭐든 강제적으로 하면 지속적으로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는 "70세가 넘어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도 해외에 다니면서 내가 지었던 호텔, 일했던 장소들을 많이 찾는 편이다"며 "아프다는 핑계로 약만 먹고 있으면 삶의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여러 곳을 찾아 다니면서 느끼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보기 위해 활동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정희자 관장은 지난 1991년 경주에 한국 최초의 사설 현대미술관인 아트선재미술관을 설립, 워홀과 바스키아의 세계(1991)·알렉산더 칼더(1993) 등 현대미술사를 이끌어 온 주요 거장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한 바 있다.
1996년에는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후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유능한 영화인 지원과 영화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국제화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정희자 관장에게는 수상자만을 위해 순금으로 한정 제작된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 상펜(Pen)'과 1만5000유로의 문화예술 후원금이 부상으로 수여된다. 정 관장은 이 후원금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역대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한국 수상자로는 고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박영주 이건산업 회장·김영호 일신방직 회장·이세웅 신일학원 이사장·이운형 세아제강 회장·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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