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은 영위업종을 2001년 39개에서 지난해 말 56개로 10년간 43.6% 늘리면서 음식점, 의류, 전기장비제조, 하수처리, 자동차판매업 등에도 진출했다.
특히, 부동산업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자본력이 있으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진출할 수 있어 재벌들이 ‘쉬운 돈벌이’를 위해 앞다퉈 참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재벌사들의 업종확대는 주력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이어서 ‘문어발식 확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에는 삼성, SK, LG, 한진 등 10대 재벌이 새로 진출했다.
주력 사업군이 정점에 도달한 대기업들은 고령화 시대와 개인의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에 발맞춰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2002년까지 LG생명과학만이 이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었지만 한진(호미오세라피), SK(SK바이오팜) 삼성(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잇따라 뛰어들었다. 삼성은 2010년부터 의료기기 제조업을 포함해 의료 분야에만 5개 계열사를 세웠다.
10대 재벌은 지난 10년간 부동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업종에는 삼성, 현대차, SK, GS, 한화 등 5개 대기업이 진출해 계열사 28개를 세웠다.
한화와 롯데의 부동산업 계열사가 각각 7개로 가장 많고 현대차(4개), SK(4개)가 뒤를 이었다. 삼성, 현대차, 롯데는 최근 인천 송도 개발사업에도 동반 진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한기 경제정책국장은 “부동산업은 재벌이 자본력을 동원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업종”이라며 “재벌이 주력업종과 무관한 곳에도 다수 진출한 것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골목상권’으로 꼽히는 음식료 분야 진출도 두드러졌다.
작년 말 현재 LG가 음료제조업(한국음료, 다이아몬드샘물 등)에 나섰고 음식점업에서도 삼성(보나비), 롯데(블리스), GS(상락푸드), 두산(SRS코리아)이 참여했다.
그러나 재벌 2∼3세들이 커피 전문점과 레스토랑 사업에 나서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롯데와 삼성 등 일부 그룹은 음식점 사업에서 철수했다.
영위업종을 10년간 가장 많이 늘린 현대중공업은 숙박업(호텔현대), 발전사업(무주풍력발전 등), 화학물질제조업(현대코스모), 태양광모듈 제조(현대아반시스) 등을 사업 영역에 추가했다.
◇ “문어발식 확장” VS “주력업종 경쟁력 강화” 과거 국내 재벌은 자동차, 전자제품, 유통 등 각자 ‘주특기’ 업종을 나눠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주력 업종과 관련이 없는 곳에도 발을 넓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영위업종 확장이 계열사 확대보다 더 심각하다며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계열사보다 업종 수 증가를 진정한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업종이 늘어나면 부품·유통 등 중소기업의 주력 업종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기업의 투자를 증대시킨다는 목적으로 현 정부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했지만 대기업이 신성장동력에 투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기업은 출총제 폐지를 사업 확장 기회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김한기 국장도 “재벌들의 신규 사업이 중소기업이나 서민상권으로 확장되면서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고 있다”며 “기존 제도로는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재벌들이 몸집을 불린 것은 맞지만, 이는 주력업종과 관련된 계열사를 늘린 것이어서 ‘문어발식 확장’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2007∼2011년 10대 재벌이 새로 편입한 계열사 396개 중 335개사(84.6%)가 주력사업과 관련 있는 수직계열화 기업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수직계열화 기업이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조달하거나 제품 판매나 별도의 사후 관리를 하는 계열 기업을 말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부품조달(현대모비스), 물류(현대글로비스) 등이 수직계열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전경련 측은 “대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 업종에 무분별하게 침투하는 것을 막으려고 출총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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