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민들도 대선 토론회 효과에 대해 관심이 높다. 대선 승자를 결정할 최고의 이벤트라는 평에서부터, 이미 유권자 마음은 결정됐다는 토론회 회의론까지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잘만들어진 코미디프로그램의 풍자극이 더 결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전 대선에서 두 차례 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진행했던 공영방송 PBS방송의 언론인 그웬 아이필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대선 후보 토론회 효과에 대해 토론회에서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첫째, 토론회는 승부의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번 토론회가 짧은 선거 TV광고나 유세 등과 비교했을 때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1992년 대선 토론회에서 나온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 말싸움에 밀렸고 결국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표정에서 시계를 본 적이 있다. 이 모습은 당시 유권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부시 대통령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아이필은 이에 대해 “유권자들이 이 모습을 보고 클린턴에게 표를 준 것은 아니다”며 “이미 클린턴이 대중적인 지지가 압도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때로는 박빙승부에서 토론회가 큰 작용을 한다고 아이필은 인정했다. 한 예가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과 존 F. 케네디 후보가 맞붙은 지난 1960년 대선이었다.
아이필은 또한 장황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재치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했다. 토론회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필은 이에 대해 지난 1998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로이드 벤슨을 예로 꼽았다. 촌천살인의 한 마디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던 경우였다.
당시 41세로 매우 젊었던 댄 퀘일 공화당 후보는 자신의 나이에 대한 질문에 “존 F. 케네디가 1960년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가졌던 경험을 나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43세에 당선된 미국 최연소 대통령이다. 벤슨 후보는 이에 “나는 케네디와 친구였으며 함께 일했고 그를 너무 잘 안다”며 “그렇지만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쳐 유권자들의 뇌리에 박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아이필은 토론회가 끝난 뒤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퀘일은 케네디가 아니다”는 벤슨의 말 한마디를 기억했다고 분석했다.
토론회가 꼭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요한 기회는 아니다고 아이필은 주장했다. 즉 미국의 인기 주말 코미디 프로그램이자 정치풍자로 유명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같은 쇼가 대선 직전까지 만들어내는 후보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 결정적이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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