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동건 가을 나쁜 남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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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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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황인성 기자=장동건은 한국 미남의 고유명사가 된지 오래다. 탁월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지만, 배우 활동하면서 그는 외모를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이려고 노력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냉혈한이 됐으며,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서는 내면이 무너져내리는 해병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청춘스타에서 벗어나 연기파가 되길 원했고, 이제 마흔에 접어든 장동건은 그 결실을 걷어 들이고 있다.

SBS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 역으로 까칠한 매력을 선보인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나쁜 남자로 변신한다. 영화 '위험한 관계'에서 장동건은 1930년대 상하이의 플레이보이 세이판을 연기한다.

영화 '위험한 관계'는 1782년 쇼데를로 드 리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이다.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소설은 이미 다섯번이나 영화로 만들어 졌다. 한국에서도 배용준이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선보인 바 있다. 어찌보면 장동건에게 도전이자 부담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작품에서 연기가 단조로워 진 것 같기도 하고, 좀더 섬세한 심리 연기를 해보고 싶었죠. 그러던 차에 '위험한 관계'가 들어와 출연하게 됐어요. 원작의 섬세한 감정선을 한번 연기해보고 싶었거든요. 더불어 허진호 감독님이 연출하신다니까 믿고 한번 도전했죠."

장동건은 이번 작품에서 셰이판을 나쁜 면을 앞세우기 보다, 좀더 유머있고 유쾌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때 장동건은 셰이판을 어두운 인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논의하면서 점점 셰이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셰이판이 마성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촬영현장에서 감독님을 믿고 따랐죠. 영화에서 소녀를 희롱하는 장면도 좀더 유쾌하고 가볍게 가려고 노력했어요. 셰이판은 여인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지만, 결국 작품 속에서 사랑을 깨닫아가죠. 천성이 나쁘다면 그런 변화를 보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장동건은 영화의 배경이 상하이기 때문에 모든 대사는 중국어로 소화했다. 이미 2005년 영화 '무극'으로 중국어 연기를 선보였지만, 촬영 한달 전 캐스팅이 됐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장동거은 영화를 찍을 때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인 유학생과 대동했다. 장동건은 유학생과 숙식을 함께 한 것은 좀 더 장동건에게 빠져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국어로 연기를 한 건, 감정전달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한국어로 연기할 수 도 있지만, 그러면 상대역과 연기하는데 몰입이 덜 되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현장에 한국에서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과 숙식하며 공부했죠. 그렇게 준비하고 나오면 다음날 대사가 바뀌어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잘 넘어갔어요."

이번 작품에서 장동건은 장백지와 호흡을 맞췄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은 당연할 터였다. 7년이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장백지는 장동건에 애처로운 존재였다.

"이번 촬영에서 장백지를 다시 만났는데, 세월의 흔적이 보이더군요. 예전엔 어린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뭐랄까 처연함이 생겼다고 할까.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좀더 성숙하고 대범해 진 것 같았어요."

7년 만에 만난 동료에게 애처로움을 느낀 장동건은 천상 나쁜 남자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동건은 이번 작품으로 한동안 휴식기에 들어간다. 영화 '마이 웨이' '위험한 관계' 그리고 SBS '신사의 품격'까지 그런 쉼없이 달려왔다. 그래서 당분간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아직 가족여행을 한번도 못갔어요. 무책임한 가장이죠. 아이와 고소영씨와 함께 여행을 갈 예정입니다. 모처럼 가장 노릇한번 해야죠."

장동건은 청춘스타의 표본이다. 하지만 어느덧 불혹에 이르렀고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다. 가장의 책임감과 연륜으로 익어진 연기 이제 '위험한 관계'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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