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10개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2012년 4분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맑음’으로 전망된 업종은 하나도 없었다. 정보통신·기계·석유화학·섬유·자동차 등 5개 업종은 ‘구름조금’, 철강·정유·의류·건설 등 4개 업종은 ‘흐림’으로 전망됐으며, 조선업종은 ‘비’로 예보됐다.
3분기와 비교할 때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계와 정유업종의 기상여건이 1단계씩 악화된 반면 개별소비세 인하 및 파업후유증 회복효과가 기대되는 자동차와 주택경기활성화대책의 효과가 기대되는 건설업종은 각각 1단계씩 나아졌다.
◆자동차·IT·석유화학·섬유·기계 ‘구름조금’
자동차업종은 3분기에 부분파업 등으로 생산차질을 빚어 기상도가 ‘흐림’이었으나 4분기에는 조업이 정상화됨에 따라 생산과 판매 호조세가 재개되면서 ‘구름 조금’으로 호전될 전망이다. 수출은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지속하고, 내수도 연말 개별소비세 인하조치(9/11)와 신차출시(K3)의 효과에 힘입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보통신업종은 3분기 실적과 동일하게 4분기에도 ‘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스마트폰, 시스템반도체, 스마트TV,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등의 수요가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특허분쟁과 외국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부진으로 불황국면을 보였던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경쟁업체의 탈락과 윈도우8 출시(10월말) 등의 영향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화학업종 역시 3분기 실적과 동일하게 ‘구름조금’으로 전망됐다. 3분기 대기업들의 신규투자(한화케미칼, LG화학)로 인한 생산량 증가가 4분기에도 이어져 579만톤 가량(전분기 대비 -0.7%)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계절적 성수기까지 맞물리면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섬유업종 역시 3분기 실적과 동일하게 ‘구름조금’으로 조사됐다. 수출의 경우 한미 FTA 효과와 함께 한류열풍에 따른 한국산 이미지 제고로 지난분기 대비 6.7% 늘어난 44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의 경우에도 국내 레저인구 증가로 아웃도어, 스포츠부문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2.7% 증가가 예상된다.
기계업종은 3분기만 해도 ‘맑음’이었으나 4분기에는 ‘구름조금’으로 경기호조세가 주춤할 전망이다. 수출의 경우 중국의 고정투자가 여전히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중동과 아세안 등도 투자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어 4분기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내수의 경우 최근 경기후퇴의 영향으로 국내 설비투자와 기계수주가 둔화되었는데 4분기에도 이같은 투자위축국면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류·철강·정유·건설 ‘흐림’
의류업종은 3분기 실적과 동일하게 4분기에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경기불황에 따른 판매부진, 글로벌 SPA 브랜드의 내수시장 잠식, 브랜드간 경쟁심화에 따른 하청업체 단가하락압박 등 의류업계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절기를 맞아 아웃도어 신상품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경기침체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업종은 ‘흐림’으로 조사됐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건설, 조선업종 등의 내수불황국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산, 중국산의 내수시장 잠식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다만 10~11월 건설업계가 성수기로 진입하면서 철강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경우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격화와 철강가격 회복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유업종의 경우 3분기에는 ‘구름조금’이었으나 4분기에는 ‘흐림’으로 기상이 악화될 전망이다. 수출은 유로존 위기로 미국, EU지역의 석유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고, 중국시장에서도 중동산 석유화학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시장에서는 동절기 수요가 살아나 경기가 다소 나아질 수 있지만 외국산 정유수입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얼마나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건설업종의 경우 3분기에는 ‘비’였으나 4분기에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최근 양도세·취득세 감면 등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영향으로 미분양물량이 소화되는 등 주택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다 상반기 재정의 조기집행으로 4분기에는 신규 공공공사가 점차 둔화될 것이어서 건설업종의 경기위축국면이 상당기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조선 ‘비’
조선업종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비’가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선박수주물량이 저조한 가운데 선가인하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고유가시대에서의 해외시추선 수주증가, 쉐일가스 개발 등에 따른 LNG선 추가발주 가능성, 심해지역 자원개발 증가에 따른 해양설비 수주 등 새로운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4분기에도 수출이 부진해 올해 수출액은 사상최대실적을 달성했던 지난해에 비해 -23.9% 떨어진 43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의 박종갑 조사2본부장은 “매년 4분기에는 밀어내기 수출의 영향으로 경기가 반짝한 적이 많았지만 올해는 세계경제 전체가 불황이어서 밀어내기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불투명하다”면서 “정부는 수출촉진과 내수진작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들은 저개발국 수출을 늘리고,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내수수요를 창출하는 등 불황탈출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매우 좋음, ‘구름조금’은 좋음, ‘흐림’은 나쁨, ‘비’는 매우 나쁨으로 해석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