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3년 전만 해도 3.3㎡당 5000만원 하던 지분값이 지금은 반토막났어요. 사업이 무산될지, 그대로 추진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재개발 지분 투자에 나서겠습니까."(서울 마포구 합정동 S공인 관계자)
서울지역 주택 거래시장에서 일반 아파트와 재개발 구역 내 다세대·단독주택 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는 거래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호가(부르는 값)도 소폭 오름세다. 지난달 24일부터 취득세 한시 추가감면 방안이 시행되면서 '약발'이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다.
◆일반 아파트 거래시장 '꿈틀'
8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아파트 실거래가 조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서울에서 444건의 아파트가 거래됐다. 취득세 감면 적용일인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신고된 아파트 거래건수(60건)의 7배가 넘는 수치다.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호가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8억7000만~8억9000만원 선(호가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입문의가 부쩍 늘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취득세 감면 시행 이후 관망상태에 있던 실수요자들이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취득세 감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 조사 결과, 올해 3분기에 경매 처분된 물건은 5만8725개로, 2분기(6만4903개)보다 9.52% 줄었다. 취득세 감면 등을 담은 '9·10 부동산대책'을 기점으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한 채권자들이 경매청구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매물건 수는 줄었지만 입찰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전국 경매 입찰자 수는 8월 9101명에서 9월 9918명으로 8.98% 증가한 것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취득세 감면조치가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경매물건이 줄고, 입찰자가 많아지면서 경매시장도 또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개발 등 재정비사업 시장은 '썰렁'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거래시장은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매수세가 거의 없이 한산한 분위기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와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 적용 등으로 정비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정부 지원을 전제로 재개발·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중단할 경우 그동안 지출한 비용의 최대 70%까지 보조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사업비 부담과 개발이익이 민간에 돌아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국토부 간 갈등으로 재개발지역 주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10월 현재 실태조사를 신청한 재개발구역은 55곳에 이른다. 하지만 조사 예산조차 잡혀 있지 않아 주민들간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도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꺼리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시공사를 선정한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2곳뿐이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재개발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권리)값도 떨어지고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2구역 38㎡짜리 다세대주택 지분값은 두 달새 3.3㎡당 300만원 정도 빠졌다.
마포구 합정동 합정 전략정비구역도 2009년 하반기 3.3㎡당 지분값이 5000만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2500만원에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매수세가 끊겨 매매 중개계약서를 써본 지도 오래됐다"며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수문의는 전혀 없고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문의전화만 가끔씩 걸려 온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와 함께 주택대출 금리 인하 등 추가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취득세 감면조치는 도시정비사업 거래시장에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