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부산 북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2년 8월말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는 총 18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현재까지도 유효한 행정지도 건수는 총 49건이다.
‘행정지도’란 금융당국이 각종 금융관련법규 및 그 시행령에 의한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금융회사 등에 대하여 임의적 협력에 기초해 요청하는 지도·권고·지시·협조요청 등을 의미한다.
운영규칙에 따르면 행정지도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긴급 사안, 보안이 필요한 사안, 경미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문서로 전달돼야 한다. 존속기한 또한 필요최소한의 기간으로 설정하되, 원칙적으로 1년을 초과할 수 없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초과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유효한 행정지도는 14건, 그리고 2년 초과 3년 이하와 4년 이상의 건수도 각각 10건과 1건으로 운영규칙에 반하는 행정지도가 절반 가까이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박의원은“행정지도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운영규칙에 적시해 놓았음에도, 2011년 한해만도 시행된 행정지도는 60건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의원은 “이는 금융당국이 편의를 위해 행정지도를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기업 압박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일종의 권한 남용인데 일부 기업들이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행정지도를 따랐다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지난 5월, 보험사 담합 과징금 부과와 대법원 판결을 예로 들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금감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단체상해보험상품의 공동정비방안에 대해 합의한 보험사들에 대해 담합에 대한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금감원의 행정지도가 적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따른 업계의 행위도 정당하지 않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아울러 그는“행정지도에 따랐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비단 보험사들 뿐 아니라 주류업체, 제당회사들의 담합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더욱 심각한 행정지도 문제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구두 상의 행정지도 문제”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금융당국이 그 동안 업계 대표나 임원들을 불러 직간접적으로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며 “한미 FTA가 시행되면서 구두 행정지도도 지양하도록 한 만큼 이러한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금융감독원의 기능과 특성상 행정지도가 불가피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려고 한다면 시장의 자율성이 무시될 수 밖에 없고, 기업의 반발 또한 점점 심해질 것”이라며 “행정지도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으로만 이용하고, 대신 보다 큰 틀에서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는 역할에 금융감독원이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