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으로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가 단독 관리인에 선임되면서 윤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잃는 대신 법정관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 제3자 관리인 선임을 강력히 주장했던 채권단은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웅진홀딩스 법정관리가 어렵사리 개시됐지만 웅진 측과 채권단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회생계획안 부결에 따른 웅진홀딩스 파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법원이 별도로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불선임 결정을 함에 따라 관리인은 기존 신 대표이사로 정해졌다.
‘채무자 회사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기존 경영진의 재산 유용이나 은닉·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한 때’ 등의 사유가 없는 한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 통합도산법에 따른 것이다.
다만 법원은 ‘기존 경영자 관리인 체제(DIP)’가 아니라 ‘채권단협의회의 감독에 의한 DIP 체제’로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 윤 회장에 대해서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경영·회생절차에 관여하지 않기로 하는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독 관리인으로 선임된 신 대표이사가 윤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향후 기업회생 과정에서 윤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웅진코웨이 매각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원이 오는 25일 채무자·채권단협의회·매수인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이해관계인 심문을 개최한 뒤 협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웅진 측 인사를 배제한 제3자 관리인 및 공동관리인 선임을 강력히 주장했던 채권단은 당초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채권단협의회는 구조조정담당 임원(CRO)에 관리인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원 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웅진홀딩스의 계열사 채무 조기상환 △웅진코웨이와 MBK 매각계약 중단 부인권 등의 권한을 CRO에 부여해 회생 과정에서 채권단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채권단은 CRO에 적합한 전직 은행 출신 인사의 명단도 함께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CRO 제도가 쓰이게 되면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인사권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뿔난 채권단 회생계획안 거부할 듯
법정관리가 시작된 만큼 관리인은 6개월 이내에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원래 1년에서 1년 반 가량의 시일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법원이 패스트트랙(회생절차 조기종결 제도) 방식을 적용한 덕에 시간이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면 법원은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관계인집회를 소집해 수용 여부를 묻는다. 채권단이 반전을 노리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회생계획안이 받아들여지면 계획안대로 회생절차를 진행해 이르면 내년 초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얘기하면 웅진홀딩스는 살릴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며 “자체적으로 회생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회생계획안이 나와도 ‘부동의(不同意)’ 의견을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대한 부동의로 일관할 경우, 법원은 회생절차 지속과 파산 중 하나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웅진홀딩스는 법원이 회생계획안의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6개월 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극동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도 결정됐다. 김정훈 극동건설 대표이사가 단독 관리인을 맡게 됐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한 회생채권 등 신고기한은 다음달 14일까지다. 1회 관계인집회는 오는 12월 27일 개최되며 회사의 재산상태·회생절차경과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향후 회생절차 진행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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