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 도입-상> 리스크 큰 대출은 줄인다…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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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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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리스크의 우려가 있는 곳부터 대출을 줄이고, 우량기업에만 투자를 하면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4일 바젤Ⅲ 도입에 대해 이 같이 전했다. 즉 '목에서 손이 나올 만큼' 어려운 중소기업과 저신용·저소득자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을수록 BIS 비율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현행 바젤Ⅱ는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BIS 비율만 8%가 넘으면 됐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부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충분히 높았음에도 거래 기업에서 돈을 받지 못한 공백기간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생기면서 바젤위원회는 기존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BIS 비율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은행과 은행지주회사는 자본구조가 견실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평균 BIS 자기자본비율은 13.83%, 기본자본비율은 11.0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전성을 유도한다는 의도가 자칫 대출이나 자금운용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등 스스로 '몸을 사리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웅진홀딩스·극동건설의 동반 법정관리로 일부 시중은행들이 충당금 폭탄을 맞는 일까지 생기면서 내부적으로 '위험한 대출'을 줄이자는 분위기까지 생기고 있다.

특히 웅진홀딩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극동건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3분기부터 추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순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및 저금리 기조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웅진사태 같은 일이 터지면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훼손된다"며 "부실채권을 줄이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금감원 감독총괄국 관계자는 "바젤 Ⅲ가 정착되면 은행 및 지주사가 안전 자본을 더 쌓아야 하므로 위험도 높은 기업대출이나 지나친 배당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이 줄게 되면 은행이 처음 받아들인 예금의 몇 배를 다시 예금으로 만들어 내는 신용창조가 위축되고 자금의 흐름도 경색된다. 또 리스크가 높은 대출부터 줄이기 시작하면 자칫 '비 올 때 우산 뺏기' 현상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 및 서민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 산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월 말 기준 금융권 대출의 전체 연체 금액은 14조1000억원으로, 이 중 제2금융권이 10조4000억원을 차지한다"며 "제2금융권에서 금융비용이 가중될수록 소비여력은 더 떨어지고 불황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황의 사이클이 연속되면서 성장엔진은 더 약해진다는 것이다. 은행 스스로 내부 유보를 많이 쌓으면 은행의 건전성은 확보되지만, 반대로 대출이 지나치게 줄어 투자여력은 서서히 가라앉는다.

특히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조정하면서 위기감은 더 짙어졌다. 한은의 이 같은 전망치는 지난 7월에 전망한 3.0%보다 0.6%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내년 성장률도 3.8%에서 3.2%로 낮춰 잡았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될 지 모른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은행의 대출 태도가 경직되고 규제가 강화되면 '돈맥경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 경제는 대외적인 수출이 부진한 탓도 있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등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며 "저성장 늪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돈맥경화를 해소하고, 투자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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