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 급락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중 판매가격이 내려간다고 식당가격을 쉽게 내릴 수도 없을 뿐더러, 지난 여름 상추 등 채소값 폭등으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려면 더더욱 내릴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손님들의 불만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저녁 서울 강남의 한 국내산 삼겹살 전문점에서는 주인과 손님이 삼겹살 가격을 놓고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1년 가까이 1인분에 1만2000원을 받고 있는 이 식당에서 손님들은 가격에 강한 불만을 내품었다.
손님 박모씨는 “뉴스를 보니 대형마트에서 국내산 돼지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왜 식당에서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폭리를 취하냐”고 주인을 질타했다.
하지만 주인 최모씨는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데 쉽게 가격을 내릴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식당 판매가격은 단순히 돼지고기 가격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며 “전기료, 인건비, 월세 등도 포함돼 있는데 그런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감안 못하고 불만을 내비추면 답답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8월 상추 가격이 폭등할 때는 (식당판매)가격 안올리냐고 물어보는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지난 8월 말 기준 상추가격은 2개월 전에 비해 6.1배 오른바 있다. 100g당 도매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돼지고기는 484원, 상추는 1939원으로 상추가 돼지고기보다 4배 비쌌다.
자영업자들 외에도 수입업자들도 돼지고기 가격 급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무기였던 수입업자들은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급락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의 경동시장에서 수입산 돼지고기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가격 때문에 국내산 사기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이 이제 너나 할 것 없이 국내산을 찾기 때문이다.
경동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한달전만 하더라도 수입산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국내산과 수입산을 똑같이 진열해놨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내산을 위에 진열해 더 잘보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돼지고기 수입 전문업체 임원 김모씨는 “한달 사이에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떨어질 정도로 수입산 돼지고기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우선 국내산의 가격 하락이 한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만약 장기화 된다면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돼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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