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동안 정책 발표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14일 자신의 경제민주화 구상을 밝히면서 정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등 이른바 ‘빅3’의 ‘경제민주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세 후보가 재벌개혁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시대적인 흐름이 성장보다는 분배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민주화가 다가올 12월 대선에서 당락을 좌우할만한 폭발력 있는 이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문·안 세 후보 모두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성은 일치하지만, 철학과 내용 등 각론에선 큰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 세 후보는 대기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부터가 다르다. 박 후보는 대기업 소유구조 개편을 ‘재벌해체’로 규정하면서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박 후보가 신중한 입장이고, 문 후보가 재벌개혁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슬로건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인 출신으로 대기업 관련 정책에 다소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안 후보의 행보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자신이 집권하면 재벌의 계열사를 강제로 떼내는 ‘계열분리 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대통령 직속의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벌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일종의 ‘사령탑’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11일 발표한 문 후보보다 한발 더 ‘좌클릭’한 재벌개혁을 예고한 셈이다.
‘계열분리 명령제’는 말 그대로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해 재벌에게 계열사들을 떼내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추후 ‘위헌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평가되는 제도다.
재벌개혁의 핵심 사안인 순환출자와 관련해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지분에 대한 의결권에는 손을 대지 않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의 경제민주화에 진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당무를 떠났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복귀하면서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이 내놓은 2개의 법안을 입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박 후보의 입장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임이 내놓은 법안에는 신규 순환출자금지뿐만 아니라 기존 순활출자에 대한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 후보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는 즉시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도 유예기간 3년 내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는 지난 7월에 발간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없애는 방향이 맞다”며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신규는 금지하되 기존(순환출자분)에 대해선 그대로 두겠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박 후보의 입장과 같고, 기존 출자분 정리에 3년 유예를 두도록 한 문 후보와는 다르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와 관련, 박 후보는 지난 7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실효성에 확신도 안 서고, 비용도 많이든다”며 반대했다.
반면 문 후보는 출총제 부활을 전면에 내걸었다. 10대 대기업집단의 출자규모를 순자산 30% 이하로 제한하고, 각종 예외규정도 폐지해 강력한 출총제를 만들 방침이다.
안 후보는 “정권에 따라 없어졌다 부활했다 하는데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금산분리에 대한 박 후보의 직접적인 발언은 아직까지 없지만, 당 경실모가 내놓은 안에는 사모투자펀드(PEF)의 출자지분 한도를 현행 18%에서 10%로 낮추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문 후보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는 내용의 유사한 정책을 발표했다.
안 후보 역시 “금산법 제24조의 유효성 회복을 위해 예외규정을 대폭 정리하겠다”면서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2009년 이전으로 환원시키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세 후보의 방향이 같다. 박 후보는 일감 몰아주기 목적의 신설회사는 계열사 편입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문 후보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손해를 본 계열사와 이익을 얻은 계열사 모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범죄 처벌 강화와 관련해서도 정책 방향이 유사하다. 박·문 두 후보 모두 경제 범죄에 대한 집행 유예와 사면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안 후보도 “재벌 총수가 적은 돈으로 전체그룹을 좌지우지하고 재벌 총수에 대해서 사실상 사법적인 통제가 미치지 않고 있다”며 “재벌 문제를 먼저 뚫어야 경제민주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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