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마이클 양 "한국시장 실패에 관용 없다…정부 간섭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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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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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컴닷컴 이사회 의장 "한국 기업, 두려워 말고 세계 속으로 적극 뛰어들라"<br/>삼박자 맞아야…'세계화를 통한 시장확장·중기 전문교육·중기 위한 정부 지원'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900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말라. 혁신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이 수반된다."

마이클 양(양민정·51) 비컴닷컴 이사회 의장은 16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본사에서 가진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실패를 관용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원론적인 얘기지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기업윤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창업신화가 꿈틀대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성공한 '한국인 기업가' 마이클 양. '벤처신화의 주역', '혁신의 아이콘' 등 그를 따라붙는 수식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극복한 살아있는 신화로, 역경을 딛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우뚝 선 그의 성공스토리는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계는 물론 구직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취업 예비생들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는 "기업들의 리더나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를 관용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 속에서 배운 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도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인 마이사이먼(MySimon.com)을 창업할 때 이미 37세라는 실리콘밸리 창업자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로, 195차례에 걸친 투자자들의 숱한 거절 속에 큰 좌절도 여러 번 맛봤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교류하고 도전한 결과 벤처자금을 조달, 창업에 성공해 지금의 '실리콘벨리 내 기적의 한국인'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양 의장은 특히 모바일 혁명과 클라우딩 컴퓨팅 등 빅데이터라는 큰 패러다임 속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세계화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상태로, 그 안에서만 사업을 하고 가치창출을 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실패를 하더라도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자세가 기업과 한국 경제를 위한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의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시장환경에 비해 한국 시장은 실패에 대한 관용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해도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 때문에 지금 같은 경제불황에도 벤처기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리더들이 많이 배출된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양 의장은 '세계화를 통한 시장 확장, 중소기업에 대한 전문교육,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려 돌아갈 때 바람직한 경제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그들의 문화·관습을 익혀 현지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나 벤처 등 소규모 사업주들을 상대로 전문교육이 철저히 이뤄지고, 정부는 이런 중소기업들과 창업인들을 위한 자금지원 및 기회 부여 등 수출인큐베이터 제도를 적극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가 이미 글로벌 시장화하고 있어, 그 안에서 오는 언어문제나 매너·문화적 차이에 기업들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존폐 여부는 물론 국가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양 의장은 세계화 진출의 또다른 과제로 기업의 기술혁신(R&D)을 꼽았다. 그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R&D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전반에 걸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R&D 사업에 뛰어들 것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 전반의 고용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 의장은 자유시장경쟁체제에서의 지나친 정부의 간섭에는 우려의 시각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으로 대기업을 제재하려고만 드는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를 이용해 단순히 대기업들을 규제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대기업 위주의 독식 경쟁체제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사업 규제 등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며 "하지만 본질은 규제가 아니라 더불어 상생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한국 경제에 미칠 우려와 관련, 양 의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질 것 같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년은 한국과 미국 모두 정권이 바뀌는 해로서 경제가 좀 풀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며 "실제로 현재 미국 고용시장의 악재들이 서서히 풀려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향후 한국 시장에서 외국 투자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세금혜택과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양 의장은 분석했다. 그는 "아일랜드 같은 경우 세금의 혜택을 많이 주고 외국인 투자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덜한 편"이라며 "구글이나 다른 회사들의 홀딩컴퍼니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 의장은 가장 좋아하는 국내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NHN을 꼽았다.

그는 "이들은 한국 기업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코리아 넘버원 모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앞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한국의 젊은 벤처기업가들을 상대로 엔젤투자를 하고 싶다는 그는 다음달 7일 산업기술진흥원 주최로 열리는 'tech+ 2012' 포럼에 참가해 다양한 산업 융합·확산을 위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한편, 양 의장은 1998년 '마이사이몬(MySimon.com)'을 창업한 후 2년 만에 7억 달러(약 8200억원)에 매각해 화제의 인물로 거론됐다. 이후 2005년 인터넷 쇼핑 검색엔진인 '비컴닷컴(Become.com)'을 창업해 5개국에서 15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연매출 5000만 달러를 올리며 차세대 쇼핑 검색엔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009년 1월에는 '포보스 아시아'가 선정한 가장 성공한 재미동포 25명 중 1명으로 선정됐으며, 현재 구글을 뛰어넘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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