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재정통합에 앞서 유로존 국가의 방만한 예산 책정과 재정운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견제장치를 구체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재정통합을 위해 내년에는 EU조약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통합의 방향에 큰 걸음을 옮겨야 한다”며 “EU 통화 집행위원이 유로존 회원국의 예산을 관여하도록 EU 조약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EU조약을 개정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EU조약을 지금 수정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 조약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고 말했다.
매번 부딫혔던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에도 합의를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프랑스는 은행 감독기구를 조속히 신설해 내년 1월까지 발표하길 원하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도 공동 채권발행이나 구제기금의 은행면허 허용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일 네덜란드 등은 중소 은행들을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고 도입시기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정통합을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하는 문제에 대해선 프랑스와 독일 모두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별도의 예산규모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약 0.2% 수준인 200억유로다. 독일이 200억유로 가운데 60억유로를 책임진다. 현재 유럽연합(EU) 전체 예산은 연간 약 1300억유로 수준이며, EU GDP의 1%에 해당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스페인과 그리스의 구제금융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전면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애매한 입장이 계속되면서 구체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 발표 이후 국채수익률이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구제금융 신청을 미루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이번 회의에서 재정감축 시한 연장 합의가 절실하다. 내달까지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하기 대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로그룹이 그리스의 긴축 이행 시한을 2년뒤로 미루는 요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지 않아도 공감대는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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