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진두지휘 하에 은행들은 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연이어 내놨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과 금융상품도 새롭게 등장했다.
가계부채 문제의 중심에 있는 '하우스푸어'를 위한 구제책도 나왔다. 얼마 전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의 날 행사'까지 개최하며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서민들을 위한 이들의 활동과 고민 자체는 당연히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정작 소를 잃어 버리기 전까지 무엇을 했던 것일까.
수년간 상당수 서민들이 은행권에서 소외됐고, 마지못해 2금융권이나 사채 시장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그리고 은행은 이제와서 "서민을 구제해 주겠다"고 말한다. 마치 선심 쓰는 듯한 느낌이다. 그동안 진심으로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해봤는지 금융당국에도 묻고 싶다.
은행들이 뒤늦게 구제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서민들을 위해 문턱을 낮출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든다. 금융당국 역시 외양간을 잘 지키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난일을 질책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소를 잃었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더욱 단단히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근 쏟아져 나온 서민금융 지원 방안이 단기적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말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이슈 따라잡기'나 '보여주기 식'으로 서민금융 강화를 외치지 않기 바란다. 뒤늦게라도 지원 방안을 내놨으니, 이제 장기적으로 실천하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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