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을 남겨둔 미국 대통령 선거도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경제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5년전 한국정도는 아니지만 경제문제에 있어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줄곳 지지율이 높았다. 롬니가 사모펀드인 배인캐피탈을 공동 창업해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모았고, 그 경력으로 매사추세츠 주지사 도전에 성공해 큰 과오없이 업무를 수행한 것도 작용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같은 기대는 역사적으로 볼 때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28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 당선 이래 단임으로 끝난 대통령은 후버를 포함해 지미 카터, 조지 H.W. 부시 등 세 명인데, 모두 성공적인 기업인 출신들이었다. 이들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외교적인 일도 있지만 당시 미국 경제가 엉망이었다는 것이다. 기업인 훈련을 받고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임기 말년에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여파로 심하게 추락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4년전 오바마 당시 후보의 혜성같은 등장은 경제 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서 바꿔보자는 국민들 갈망이 녹아난 결과였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임기 첫 해 GDP 성장률 등을 기준으로 전임 보다 못한 최악의 대통령들은 모두 기업인 출신이었다. 오히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있으면 GDP 성장률은 역사적으로 둔화돼 평균 0.12%에 그쳤다. 반면 비기업인 출신 대통령 재임기간엔 평균 5.46%가 성장해 그 차이는 컸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적인 분석은 없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미국 경제엔 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들게 만든다.
일각에선 대통령과 국가 경제 성장과는 아예 관계가 거의 없으므로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부들이 농작물을 키울 때 물을 잘 주고 비료를 잘 뿌리면 더 잘 자라게 할 수 있지만, 기본 성공여부 요인은 토양과 기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융통화정책을 확고히 쥐고 있는 미국에서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간에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영역은 분명히 있다. 정부의 역할이 원래 주어진 제한적인 재원을 활용해 나누면서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효과를 노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부자들한테 세금을 더 거두어 서민들한테 복지 프로그램으로 전달하고, 기업들한테 고용세금을 거두어 실업자들한테 나누어주는 것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할 일이 된다. 게다가 수 년 전처럼 경제가 갑자기 거꾸러지는 시기에는 각종 긴급 수단을 만들어 피해를 입은 기업, 서민, 중산층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도 대통령의 일이다.
그렇더라도 경제를 잘 할 대통령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한다면 누굴까? 그래도 기업을 해 본 사람이 낫겠지하면 롬니가 표를 더 얻을 것이고, 주택차압, 실업자 문제를 그나마 해결해 경제 회복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들면 오바마다. 지금 미국 선거는 어떤 과학적인 분석이나 조사로 전망할 수 없게 됐다. 호재, 악재가 나올 때마다 엎치락 뒤치락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인단 경쟁에서 269대269 동표가 나와 하원 투표로 대통령을 결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누가 되든 경제는 잘 해결해야 한다. 미국 서민들 지금 살기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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