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화학업체인 듀폰은 23일(현지시간) 전세계 인력의 2%에 해당하는 1500명 가량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듀폰은 3분기 순익이 지난해보다 무려 36%나 하락, 주당 1페니에 불과한 1000만 달러에 그쳤다고 전했다. 경쟁업체인 다우케미컬도 5억 달러의 비용 감소를 위해 2400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20여개 공장 문을 폐쇄한다고 전했다.
항공우주·방위업체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코퍼레이션(UTC)도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대적인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UTC는 올해 비용 감축 규모를 전체의 20%인 6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업체인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도 지난주 전세계 인력의 15%인 1만2000명을 감원한다고 공개했다. 게임업체인 징가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정규직 5%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미 노동부는 이날 9월 신규 대량해고가 1316건 늘어나 12만2462명이 직장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대량해고 건수당 최소한 50명 이상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지난 8월의 경우 신규 대량해고건은 49건 증가에 그쳤었다. 특히 9월 새로운 해고건수 가운데 399건은 제조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다만 9월 실업률은 전달(8.1%)보다 낮은 7.8%를 기록했다.
FT는 듀폰, 제록스, UPS 등 대기업들의 무역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급감한 데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비즈니스 여건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슐라 번즈 제록스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에 대한 압박은 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뉴욕 증시는 이날 일제히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1.82%나 빠졌다. 지난 6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S&P지수도 1.44%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저조한 3분기 실적과 감원계획에 당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날 듀폰의 주가는 9% 하락했으며 제록스와 3M도 각각 5%, 4% 하락했다.
FT는 기업의 감원 바람이 대선을 2주 앞두고 오바마 진영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한 후 미국의 경제지표가 나아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유권자에게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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