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5.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엘리트 '집단지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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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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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현 전북대 교수(전 칭다오 총영사)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국가의 모든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상무위원(현재 9인)간에 권력서열은 있으나, 주요 정책이나 요직에 대한 인사시 동일한 권리를 행사하는 소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독자적으로 또는 형식적 협의를 거쳐 후계 지도부를 결성해 왔다. 이와 같은 절대 권력하의 중국 정치 체제는 문화대혁명과 텐안먼(天安門)사건 등을 거치며 권력 승계와 정책노선을 둘러싸고 투쟁이 전개되어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추세는 장쩌민(江澤民) 정부가 들어서고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에 이르는 제3세대로부터 제4세대로의 권력 이양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짐으로써 점차 안정되어 갔고 중국 엘리트 정치의 불안정성 우려가 상당히 감소되었다.

▲당 안정화의 요인-집단지도체제

후진타오 집권 이후부터는 지도부의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임기제는 중국정치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치는 소위 상하이방(上海幇), 공청단(共靑團), 태자당(太子黨) 등의 계파가 상호 견제를 하면서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정치 무대에서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같은 카리스마적 조정자가 사라졌다. 후계와 국가 주요 사항을 집단지도체제의 최고 지도부가 협의해 결정한다. 이들 최고 권력 엘리트 상호간에는 때로는 합종연횡하며 경쟁하면서도 결국 타협하고 협력하는 보이지 않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과거와 같은 노선과 정책을 둘러싼 대립보다는 정치국 상무위원의 인선 등 권력의 분배를 둘러싸고 상호간 타협을 통해 이견을 조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오히려 당 내부의 어느 정도 경쟁과 긴장이 중국 공산당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중국 공산당 집정체제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중국의 후계자는 전임자의 노선을 최대한 떠받드는 모습을 보여 왔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사상’을 부정하지 않았다. 장쩌민은 ‘덩샤오핑 이론’을, 후진타오는 장쩌민의 ‘3개대표이론’을 옹호하며 후계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차세대의 선두주자인 시진핑(習近平)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후진타오의 치국 이념인 ‘과학적 발전관’을 항상 강조한다. 차기 지도자는 앞선 세대의 낙점에 의해 선발되며, 후계자는 정권 정통성의 근원을 전임자에 두게 된다.

이에 따라 다소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집단 지도체제의 여과를 거쳐 결정된 정책은 흔들림 없이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이전 세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그 방식이 전임자에 대한 부정보다는 보완적 성격을 띤다. 이러한 성격은 중국 정치 체제의 최대의 특징이며 강점의 하나다.

▲집정 능력의 토대- 엘리트 당원의 충원과 양성

중국 공산당이 장기간 안정을 유지하며 집정 능력을 증대시켜 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중국 공산당이 그간 유능한 엘리트 당원의 충원과 양성에 성공해 왔다는 점이다. 필자는 중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많은 공산당원을 접촉해 왔다. 이들과 만날 때마다 받은 공통된 느낌 중 하나는 이들 대부분이 상당히 해박하고 논리가 정연하다는 점이었다. 한국 방문객을 접견할 때는 한국과 관계되는 많은 통계 자료를 외워서 장시간 원고 없이 발언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말 많이 공부하고 또 매사에 철저히 준비한다는 느낌이었다.

1921년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의 한 허름한 건물에서 비밀리에 출범한 중국공산당이 올해로 창당 91주년을 맞았다. 당시 겨우 57 명의 당원으로 출발한 중국공산당은 현재 남북한 인구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826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다. 당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신청한 2160만명 중 316만명 만이 받아 들여졌다. 전체 당원중 35세 이하의 당원이 전체의 약 25%, 여성 당원이 약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졸 이상이 38%로 나타났다. 사회의 중-상층을 구성하고 있는 지식인, 당-정 간부들의 비율이 빠른 추세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면 머지않아 1억 당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에 입당하기 위해서는 ‘입당신청서’를 제출한 후 당의 각종 교육과 훈련에 참가하는 등 1-2년 정도의 엄격한 검증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선발된 공산당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당의 예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共産主義青年团:약칭 공청단)에도 많은 우수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 약 8000만명의 단원을 보유하고 있다. 14세부터 28세 까지의 청년 조직인 공청단의 단원들도 후진타오를 비롯해 현 중국을 이끌고 있는 많은 지도자들이 공청단 출신인 것에 대해 커다란 긍지를 느끼고 있다.

해마다 많은 우수 인재들이 공산당에 입당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산당이 좋은 배경과 디딤돌이 된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우수 인재들의 지속적 충원 가능성은 중국공산당 집정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집정능력 향상의 비결-끊임 없는 학습

중국 정부의 간부들을 면담하려는 외국인들이 대상 인사가 장기 교육 중이라는 말을 듣고 당황해 할 때가 종종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공산당의 지도부와 당원들은 치열하게 학습하고 훈련 받고 있다. 그들은 당의 집정능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지도자의 자질 향상에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평생학습을 생활화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당 간부 교육을 위해 중앙당교(黨校)와 5개의 교육·훈련 학원으로 이루어진 ‘1교5원(一校五院)’이라는 교육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특히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두뇌집단으로 현 교장은 시진핑(習近平)이 맡고 있고 후진타오도 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산당 지도부는 마오쩌둥이 일찍이 옌안(延安) 시절 집단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래 앞장서 당원들의 학습 열기를 고취해 오고 있다. 후진타오는 2002년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이를 제도화하여 연 8-9회의 정치국 집단학습을 실시해 오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국가 경영에 있어서 현장 경험을 특히 중시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간부들을 정기적으로 여타 부처에 보내 근무토록하거나 지방이나 기업으로 파견해 일정 기간 삶의 현장을 익히게 하는 ‘괘직단련(掛職鍛煉)’도 중국공산당의 독특한 학습법의 하나이다.

중국공산당은 인민일보 등 언론을 통해 수시로 ‘학습형 당조직 건설’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학습은 당 간부의 생활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집권정당을 하나의 거대한 학습 조직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생명력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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