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양적완화에도 경기 침체, 원자재가 하향 안정세

  • 구리 가격 등 이번 달 들어 하락세, 달러화 등 절하ㆍ중동정세 등 상승 요인은 여전

아주경제 이광효·정호남 기자=지난달 단행된 양적완화 이후 급등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인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 침체 해소를 위한 양적완화가 단행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마저 제기됐으나 이달 들어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양적완화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양적완화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이달 들어 원자재 가격은 지난달 말보다 내려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일 t당 7658달러에서 7일 7855.5달러로 올랐고 14일엔 8403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지난 1일 8190.5달러, 9일 8189.5달러, 19일 8125달러까지 하락한 구리 가격은 22일 7990.5달러, 25일 7847달러로 지난달 7일 이후 처음으로 7000달러대로 떨어졌다.

알루미늄 3개월물 역시 지난달 3일 t당 1899달러에서 14일 2175.5달러까지 폭등했다가 이달 25일엔 1936.5달러까지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유가 약세다.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이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뉴욕상업거래소 평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34달러로 지난달보다 4.22달러, 지난해 평균보다 4.77달러 하락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런던 ICE선물시장 평균 선물가격은 112.01달러로 지난달보다 1.02달러 내려갔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이달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양적완화가 시행된다 해도 세계 경제는 계속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원자재 수요도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제도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단행된 양적완화의 약발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 7월 3.5%에서 10월 3.3%로, 유로존은 -0.3%에서 -0.4%로, 중국은 8%에서 7.8%로 하락했다. IMF는 "이 전망은 유럽의 유로존 위기 해소를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 미국의 재정절벽 방지책 합의 등을 전제한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의 하방 리스크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한 원자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구리와 납 등 중국 수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이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올해 전세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로 지난해 4.9%보다 0.9%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해 세계 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당분간 감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이 단행한 양적완화의 주요 내용은 사실상 달러화와 유로화를 무제한으로 쏟아붓는 것이다. 유동성 확대로 인한 달러화 등의 가치절하는 필연적이며, 이것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은 지난달 단행된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일 1132원에서 이달 25일 1095원까지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1000원대로 진입했고 26일에도 1098원으로 1100원보다 낮았다.

유로화 환율 역시 지난달 3일 1423.15원에서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 단행 직후인 지난달 17일 1464.48원까지 올랐었으나 이달 26일 1420.26원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동기비)이 2%로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인 1.3%보다 0.7%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일부 긍정적인 경제 지표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탈출한다면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이어져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더구나 1년이 넘게 질질 끌고 있는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사태를 둘러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 국제유가 역시 급등해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MF는 "중동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공급충격이 발생하면 유가가 상승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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