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권혁세 금감원장이 강원대학교 학생들과 나눈 대화다. 권 원장은 가계부채에 대해 은행권이 공조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이같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우리은행이 먼저 '총대'를 매긴했지만, 과연 그게 성공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며 “일각에서는 ‘무늬만 하우스푸어대책 살리기’라는 표현도 쓰던데, 크게 틀린 얘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전무 역시 “하우스푸어의 심각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며 “다만 당국도 대선으로 의지가 크게 꺾인 상태에서 은행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조만간’ 나올 것이라던 하우스푸어 구제 대책은 답보 상태다.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에 따르면, 30일 내부적으로 경영협의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상품 약관 승인을 끝마친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의 출시 시기도 정해진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미 판을 짜서 은행으로 넘긴 상태이고, 30일에 내부적으로 경영협의회가 열리니, 승인만 끝나면 바로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에 신탁 후 임대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11월 초나 돼야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이 한 달 만에 ‘뚝딱’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지주가 짜놓은 예산 및 세부 과정 등을 철저하게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정책을 시행해 뒷말이 무성하게 하는 것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상세하게 파악 중이라는 것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수혜 대상을 당초 720가구에서 1300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수혜를 볼 수 있는 가정이 전체 하우스푸어 108만4000가구 중 0.06%에 지나지 않아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상을 확대했다.
국민은행은 하우스푸어 대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나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하우스푸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한은행도 ‘주택 힐링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우스푸어 가구에 이자를 2%로 깎아주고, 깎아준 이자에 대해 1년 뒤 갚도록 연기해주는 것이지만, 시간을 더 주는 것일 뿐, 구체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은행들이 소극적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내놓거나, 내년으로 미룬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 의지가 사실상 꺾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대책을 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은행권에서는 혼란만 가중된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후보는 정부재정을 투입해 가계채무 재조정과 금리 경감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후보는 금융권의 고통분담을 내세워 이자율 상한을 25%까지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인 계획에 그쳤다. 모두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논란을 야기할 정책들이다.
이렇다보니 은행권들도 하우스푸어 대책에 굳이 손을 더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은 제쳐두고서라도, 법적인 문제부터 형평성까지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선으로 내년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다 당국의 의지도 없는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은행이 나설 이유는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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