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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의 한 장면 |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고았던 시절 청춘의 꿈이 피어나던 20대는 어느덧 지나가고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이 된 소위‘386세대’에게 1980년대는 불의 시대였다. 하나의 꿈을 꾸고 한 곳을 바라보며 하나되었던 그 아련한 기억. 민주화를 위해 신새벽 타는 목마름으로 몰래 써내려가던 이름 ‘민주주의’ 엄혹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사랑은 도처에 이름모를 꽃처럼 피어났다. 투사의 가슴에도 철가방을 들고 짜장면을 배달하는 배달의 기수에게도.
달부 강대오(김인권)는 우연히 대학에 중국음식을 배달하다 여대생 서예린(유다인)을 보고 가슴속에 사랑의 꽃이 핀다. 하지만 그 사랑은 일방적인 꿈이다. 평균이하의 외모에 중국집 배달부라는 신분은 그녀에게 다가서기에는 언감생심이다. 가슴만 숯처럼 태우며 그녀의 주변을 맴돌다 우연히 ‘생일파티’가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다.
‘생일파티’가 그녀의 생일파티인줄 알고 정장을 빼입고 꽃을 들고 메모에 적혀진 장소로 갔더니 왠걸! 수많은 사람이 자신과 똑같이 꽃을 들고 서있다. 그 사람들과 얼떨결에 딸려 들어간 곳이 바로 미국문화원. 1985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문화원점거농성 사건 현장에 함께 하게 된 것이다. 황당한 상황속에서도 대오를 견디게 해준 사람은 서예린이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관심을 받고 따뜻한 말과 눈빛을 느낄 수 있으니 모든 것을 걸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소외된 이들과 잊혀진 역사를 독특한 유머코드로 버무리는 육상효 감독의 솜씨는 마치 잘 비벼놓은 짜장면처럼 먹음직스럽다. 민중가요를 몰라서 당시의 최고 인기가수 김완선의 ‘오늘밤’을 부르는 장면은 절묘한 장소에 떨구어놓은 지뢰처럼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킨다.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디테일함 또한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는 투쟁의 다른 이름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해준다. 사랑으로 인해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것. 철가방 배달부의 마음을 태워버렸던 1985년의 사랑은 타임슬립해 2012년 초겨울 우리들의 가슴에도 옮겨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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