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라면, 아들은 생수 전쟁"

  • 롯데家, 신동빈-신동원 2세 경쟁 본격화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회장, 신동원 부회장


아주경제 전운 기자= 롯데그룹 2세들의 물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음료의 아성에 농심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창업 1세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간의 경쟁이 2세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라면·스낵·마트·호텔 사업 등으로 불협화음을 냈던 형제 간의 관계가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원 농심 부회장까지 확산됐다는 의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원 부회장이 이끄는 농심은 최근 제주삼다수 유통을 광동제약에 넘겨주면서 중국에서만 판매하던 백두산 화산광천수 '백산수'를 12월부터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농심의 이번 백산수 출시를 신동빈 회장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달 3일 개천절에 맞춰 '하늘샘'이라는 상표로 백두산 생수를 내년부터 공식 판매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가 백두산 생수 국내 출시를 먼저 선언했지만 선점은 농심에게 양보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양 측은 '백두산'이라는 명칭을 내세워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촌 간의 경쟁은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 왔었다. 창업주 세대부터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65년 당시 농심은 라면시장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기 전부터 롯데공업이라는 상호로 라면을 판매하고 있었다. 라면사업의 시장성을 크게 보지 않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춘호 회장이 롯데공업을 설립해 라면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은 계열 분리 후 '롯데'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신춘호 회장은 별도로 독립해 농심을 세웠다. 이때부터 둘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상호 사업 영역을 지켜주자는 암묵적인 약속도 존재하지 않았다.

새우깡 등으로 스낵시장 1위를 차지하던 농심에 롯데제과가 꼬깔콘 등으로 도전장을 냈다. 특히 2010년에는 롯데가 37년 만에 '롯데라면'을 부활시키면서 양 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번 제주삼다수 유통 사업권을 놓고 농심이 제주도개발공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롯데칠성이 입찰에 참여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광동제약이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생수 시장 1위인 제주삼다수를 뺏기 위해 신동빈 총괄회장까지 가세한 상황이라 농심 측이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농심 외에도 푸르밀을 이끌고 있는 신준호 회장과 대선주조 인수 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등 형제 간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2세들이 사업 전면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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