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스타 CEO’의 무덤..관료DNA가 회사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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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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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밥통 인사 시스템의 문제로 혼란만 야기<br/>현존 적자 문제 등 정권 말기에 누가 오나?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자산총액 141조원(상반기 기준)의 ‘공룡 공기업’ 한국전력공사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중겸 한전 사장이 돌연 청와대에 사표를 던지면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수조원이 왔다갔다 하는 한전의 해외 사업들과 강도높게 추진해 온 내부 경영혁신이 한 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무 집중도를 떠나 2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느끼는 조직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같지만 다른’ 두 스타 CEO의 무덤

‘현대맨’인 김중겸 사장은 ‘MB의 남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경영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임기 절반도 못채우고 취임 14개월 만에 쓸쓸히 퇴장한다.

전임 김쌍수 사장도 임기 만료 불과 사흘을 앞 둔 지난해 8월 소액주주 대표들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서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임기 만료를 코 앞에 두고 스스로 사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졌다.

그 만큼 김쌍수 사장의 심기가 혼란스러웠으며 정부 당국에 섭섭한 마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김 사장은 한전의 첫 민간 CEO라는 점에서 안팎의 강렬한 조명을 받았다. 그는 ‘혁신전도사’라는 별명 답게 ‘마른수건도 짜내는’ 경영 기법을 구사하면서 한전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조직에 안주하며 지내 온 한전 직원들이 일대 ‘혼란’에 빠진 것도 이때다.

하지만 3년 재임기간 내내 매달려 온 전기요금 현실화와 연료비 연동제를 완성하지 못하고 퇴임하면서 결국 비관료출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번 시행착오를 겪은 직원들은 김중겸 사장이 후임으로 왔을때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기대감이 컸다. ‘불도저 식’ 경영의 현대 출신이라는 강한 이미지가 한전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그러나 이번에도 민간 출신 CEO로서 한계를 드러낸 채 바통을 뒤로 넘겨주게 됐다.

공교롭게도 한전은 한때 재계를 주름잡았던 두명의 ‘스타CEO’를 속절없이 집으로 보낸 셈이다.

◇ 관료DNA가 회사 망친다?..경영공백 불가피

김중겸 사장의 사퇴로 향후 한전의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당장 한전 이사회를 통해 후임 CEO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공모를 거쳐 지경부 장관에게 복수의 후보를 추천할 때까지 최소 40여일의 시간이 걸린다.

이것도 곧바로 사표가 수리됐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경영공백 등 상응하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조속히 절차를 밟았을 때 얘기다. 따라서 최소 한 달반에서 두 달의 경영공백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대선을 앞두고 적임자를 찾는 것이 얼마나 수월하겠는가다. 다시 민간 CEO를 밀자니 부담이 크고, 정권 말 땜질용 사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어 관료 출신도 손사래를 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차례 공모끝에 지금의 사장을 선임했고, 중부발전이 3개월의 경영공백을 절감한 것이 이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총선이 끝나는 시점에서 후임자 공모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 관료 출신이냐, 민간 출신이냐를 놓고 인사권자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료 출신을 낙점하면 정부와 업무 협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 출신은 변화와 혁신에 능하고 소통에 강한 것이 이점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기요금 인상 등 한전의 현안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청와대 인사라인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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