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가 8일 개막하면서 시진핑(習近平)을 필두로 한 제5세대 중국 지도부가 출범하게 된다. 시진핑과 차기 중국 지도부가 G2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나갈 것인지는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을 넘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이미 당대회 취재를 위해 1700명의 외신기자가 기자등록을 마치는 등 전세계의 눈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쏠리고 있다. 역사적인 제18차 당대회의 관전포인트 네가지를 제시해 본다.
◆당장(黨章) 어떻게 개정되나
이번 18차 당대회에서는 공산당의 강령지침인 당장이 개정된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집정이념인 과학발전관이 공산당 당장 ‘지도이념’에 포함될 것인지 여부다. 후진타오 주석은 2002년 총서기에 오르고, 이듬해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10년여 동안 줄곧 과학발전관을 집정이념으로 삼아 왔다. 과학발전관은 지역균형발전, 산업고도화, 친환경 성장, 빈부격차 완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발전관 개념은 지난 2007년 제17차 당대회에서 당장에 삽입됐다. 당장의 총론격인 총강은 두 번째 문장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사상, 덩샤오핑(鄧小平)이론과 3개 대표이론 등 네 가지 중요한 사상을 공산당의 지도이념(行動指南)으로 적시해놓고 있다. 후 주석의 과학발전관은 당장 총강 열두 번째 문장에 등장한다. 문장은 ‘16차 당대회 이후 당 중앙은 덩샤오핑이론과 3개 대표사상을 견지하며 새로운 발전요구를 기초해 당 전체의 지혜를 모아 과학발전관을 제시했다’고 적시했다.
지도방침에 머물렀던 과학발전관이 18차 당대회를 통해 지도이념으로 올라서게 되면 3개 대표사상이 16차 당대회 때 지도이념으로 포함되면서 장쩌민(江澤民)의 당내 위상이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반열로 올라선 것처럼 후 주석 역시 과학발전관의 지도이념 포함으로 정치적인 상징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또한 일부 유력 홍콩 언론을 중심으로 이번 당대회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당헌 지도 이념 항목에서 ‘삭제’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보수파와 신좌파들 사이에 격론이 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무위원회 진용은 어떻게
18차 당대회가 폐막한 후 다음날인 오는 15일에는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8기1중전회)가 열리고 이 자리에서 정치국위원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선출된다.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을 9명에서 7명으로 축소할지 여부와 최고 권력을 갖는 상무위원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는 두말할 필요 없이 대회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상무위원은 장쩌민(江澤民) 시절에 7명이었지만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총서기가 된 2002년부터 9명으로 늘어났다.
상무위원이 늘어나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도부가 상무위원의 수를 다시 7명으로 축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제외하고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충칭시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서기, 류윈산(劉雲山) 당 중앙선전부장이 차기 상무위원이 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홍콩 언론과 국외 언론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중앙조직부장과 위정성(兪正聲) 상하이(上海)시 서기가 경합 중이다. 리위안차오의 진입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라이벌로 거론돼 왔던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는 이번 지도부에서는 상무위원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군사위에 리커창 진입하나
18기 1중전회가 끝나고 나면 시진핑 신임 총서기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새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이끌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함으로써 중국 안팎에 ‘즉위’를 선포하게 된다. 하지만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명실상부한 중국의 1인자가 되려면 최소 4개월, 길게는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아직 후진타오로부터 국가주석과 당·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넘겨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주석 자리는 내년 3월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자연스럽게 넘겨받게 되겠지만 군 통수권을 틀어쥐는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언제 넘겨받을지는 아직 미정이다. 후진타오가 전임자인 장쩌민이 그랬듯 총서기직을 넘겨주고서 2년가량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에 유임할지, 곧바로 시진핑에게 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함께 넘겨줄지는 18기 1중전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와 함께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될지도 관심사다. 후 주석은 자신이 군사위 주석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리커창을 군사위원회에 진입시켜 군부에 대한 영향력은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보도가 홍콩언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다면 중앙군사위는 시진핑 주석-리커창 부주석 체제로 운영된다. 군부 몫인 두명의 군사위 부주석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시진핑이 군사위 주석에 올라서고 리커창이 군사위에 진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시진핑으로서는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그림이지만 후 주석의 견제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정치국위원, 차액선거 도입되나
전국대표들이 중앙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정치국 위원 선임에도 적용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차액선거는 정해진 인원보다 많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이 중 득표율이 낮은 후보를 탈락시키는 경쟁투표 방식이다. 로이터는 중국지도부가 18기1중전회에서 정치국원을 선출할 때 정원 25명보다 20%가량 많은 후보를 내세워 실질적인 경쟁투표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번 18차 당대회에서 공산당원 8260여만명의 대리인인 2270명의 전국대표대회 대표들이 뽑을 200여명의 중앙위원들이 정치국원 선출 권한을 갖는다. 중앙위원들은 먼저 정치국원 25명을 투표로 선출한 뒤 이들 25명 가운데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뽑게 된다.
과거에는 정치국원 후보 수를 정치국원 수와 같게 추천해 사실상 추인만 하면 됐었다. 하지만 차액선거로 정치국원을 선출한다면 당내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결과를 낳게 되며 이는 후진타오 주석이나 시진핑 부주석의 명예에도 좋은 작용을 한다.
리청 미(美)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정치국 경쟁선거는 (실현된다면) ‘시진핑의 행정부’ 구성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역사적 개혁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이어 정치국 경쟁선거가 현실화할 경우 그것은 “매우 중요한 발전”일 것이라고 평가한 뒤 중공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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