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터치' 개봉한 민병훈 감독 "생명소중...관객과 통하고 싶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좋은 얘기, 안좋은 얘기가 있다."
좋은 건 '내일(8일)영화가 개봉한다는 거다'(하하). 안좋은 건, "개봉관이 전국 70곳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7일 영화 '터치' 특별사진전이 열리는 강남교보문고에서 만난 민병훈감독(43)은 '감정의 시이소'를 탔다. 개봉을 하루앞둔 그는 "오늘이 최고로 좋은 날"이라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반면, 개봉관 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꾹 다물고 손을 저었다. 기대했었다고 했다. 전국 180곳에서 상영될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서울에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필픔포럼등 11개관밖에 잡지 못했다.그것마저도 '퐁당퐁당'(교차상영을 뜻하는 영화계 은어)이다. 개봉관에서 '터치'는 오전 8시30분, 오후 10시 30분에 상영한다.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이후 6년만에 완성한 이 영화는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서 집까지 뺐다".

'터치'에 감독도, 배우도 올인했다. 부산국제영화제(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 공식초청)에서 호평받았다. 주인공 배우 유준상 김지영의 열연도 화제다. '터치'의 선행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유준상은 특별 시사회를 통해 6천만원의 성금을 기부했고, 유준상과 김지영이 직접 노래실력을 뽐낸 OST 앨범 발매 수익금은 불우 이웃 돕기에 전달하기로했다. '특별 사진전'도 열었다. 반디앤 루니스 서점 앞 로비에서 배우 유준상과 김지영의 촬영 모습을 담은 20점을 선보였고, 지난 1일부터 강남 교보문고에서 7점의 사진을 추가로 전시중이다. 영화 시나리오는 소설책으로도 출간됐다.

집까지 빼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제작 배급 홍보까지 적극적인 '스토리텔링'마케팅을 펼친건, '관객과 통하고 싶은 열망'때문이었다.


“정말 급한 환자에요. 지금 너무 많이 힘들어해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요.” <영화 터치-동식의 아내(김지영)>





"만들면 뭐하나. 유통도 안되는데….(그래서)극장에서 개봉 안하려고했다." 민감독의 날 선 자존심이 보였다.

"공간 확보도 문제지만 영화를 상영해도 관객이 몇천밖에 안드는게 더 심각하다"는 그는 "개봉해도 어느극장에서 하는지 찾기 힘들고, 저예산 영화들은 상영기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묻히고 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네이버에서 단독 상영하려고 추진했었다"는 민 감독은 "기술적인 문제때문에 수포가 됐지만, 영화의 플랫폼을 바꿀수 있겠다고 자신했었다"고 했다. 99분짜리로 만든 것도 이때문이었다. 포털(네이버)에서 '보는데 100원, 다운로드는 1000원'에 판매 영화유통 배급문제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거대배급사인 CJ, 롯데등에 보기좋게 '경고'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민 감독은 '광해,~'로 도배한 CGV 영화관이 공포스럽다고도 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은 더이상 멀티플렉스가 아니다. 색다른 영화, 새로운 영화를 볼 기회는 더 작아졌다. 수많은 각양각색의 영화가 쏟아지지만 정작 극장엔 '주류 상업영화'만 호기를 부리고있다.

"답답한 몸부림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만날 똑같은 밥만 먹다간 결국 우리 관객들은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리고 말것이다. 우리에겐 다른 영화를 볼 권리가 있고 다른 영화를 볼 오늘이 필요하다."

민감독은 "흥행 바라지도 않았다. 한국에도 이런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다양성'을 이야기하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를 흘리는 현실. 민감독의 비판은 정부를 향했다.

"국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영화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잖는가. 우리 영혼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의 영역에 포함돼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시장의 불합리가 발견됐을때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는 것은 필연적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삶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내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 관심이 적다. 그가 대안을 제시했다.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사위원단을 구성,매년‘올해의 영화’를 10편 이상 선정해서 DVD 15만장 정도를 구입해 전국의 학교·도서관 지자체 동사무소등에 공급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곳을 통해 관객들이 작은 영화들을 자주 감상하면 영화 다양성이 확장될 것이다."

민감독은 "이렇게 추진되면 해외대사관에도 배포하면 감독들이 영화수출도 할수 있는 통로도 생길수 있다"며 "관객들에게 그저 재미와 공감대만을 주어야 좋은 영화라는 세간의 기준은 부자들의 논리, 세속적 자본주의 논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신도 알잖아. 내가 운이 안 따라줘서 그렇지. 올림픽만 나가면 메달 서너 개는 문제도 아니라니까. ”<영화 터치-동식(유준상)>




영화 '터치'는 평론가들이 주는 평점 별 4개, 네티즌 평점 9.83을 받았다. 해외에서 러브콜도 이어졌다. 일본·중국·홍콩·대만·필리핀·베트남 등 6개국에 사전 판매됐다.

영화를 본후 관객들은 '먹먹하다'고 한다. '이게 뭐지?.'.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눈 감고, 고개를 돌려버린,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인식하는 시간을 갖게한다.


“도와주세요.... 저 좀 제발 도와주세요.”<영화 터치-중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정원엄마’(이승연)>



심각하고 불편함이 공존하는 영화 터치는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사랑, 이웃사랑'을 품었다.
필름은 되돌릴수 있어도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 그의 영화처럼, 삶은 늘 그렇듯 돌고 돈다. 웃음과 기쁨이 있고, 아픔과 눈물이 공존한다.
민감독은 "영화는 거대한 크레인 장치나 어마어마한 철골구조로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생을 누리는 우리 자신의 일상속에서 나온다"며 "이 영화를 통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인간답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소시민의 간절함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림자에도 색깔이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싫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민 감독은 "상업(오락)영화는 절대 안하겠다"는 고집을 보였다. 벌써 구상한 다음 영화 <사랑이 이긴다.>, <설계자>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더 처절하게 파고들 것"이라고 했다.

상영조차 힘든 '작은 영화'의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 감독은 "영화는 인간의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종교적 의식이나 기도"라며 영화감독으로서의 정의를 내렸다.

"영화감독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영혼을 일깨우는 사람이다. 인간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아름다운 영상으로써 증명하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내 사명이다."


◆민병훈 감독=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서 촬영을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감독으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데뷔작 <벌이 날다>로 1998년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비평가상, 관객상을 수상하며 국내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02년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째 연출 작 <괜찮아, 울지마>로 특별언급상과 비평가상을 수상했고, 2007년 서장원, 이민정 주연의 <포도나무를 베어라>로 두려움의 3부작을 완성,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에 관심이 많아 백영수화백의 <가면과 거울>등 '화가 시리즈'도 작업하고있다. 미술계와 친분으로 영화 '터치'에는 민중미술작가 임옥상, 팝아티스트 마리킴등 화가들이 대거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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