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대 국가브랜드 사업으로도 선정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CID)가 주관하고 있는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이 개도국으로부터 높이 환영받고 있는 이유다. 특히 과거 원조를 받던 시절에서 벗어나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을 단순히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을 넘어 개도국에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다른 선진국들의 원조와는 뚜렷히 구분된다.
KSP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개도국이 늘면서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정책자문사업이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2곳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34개국에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했으며, 올해는 33개국과 사업을 진행 중이다.
KSP의 핵심은 함께 가자는 ‘상생 정신’이다.
KSP는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처럼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는 사업이 아니다. 최소 1년 정도 작업을 해야 그 나라에서 유효성을 인정해 주는데 법령으로 만들어지고 통과되려면 몇 년이 더 걸린다.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효과가 나려면 기약 없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애로점은 있지만 그만큼 결과물은 도드라진다.
KSP를 통해 협력대상국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한국의 관련기술이나 콘텐츠에 익숙해짐으로써 한국의 국격 제고는 물론 한국 기업과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효과도 있다.
결국 KSP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KSP의 우선적인 목적은 협력대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번영이며, 우리 국익의 직접적 추구는 배제하고 있다.
그동안 CID가 수행한 KSP 사업 추진 사례는 다음과 같다.
전체 사업체 수의 90% 이상, 노동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경제발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가나의 중소기업들. 가나 정부는 중소기업 발전기반을 구축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1차적인 계획만 있을 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난감하다. 세계적인 국제기구에서 자문을 받아보지만 선진국 중심의 정책과 경험에 관한 먼나라 이야기뿐이다. 그러던 중 1960년대 초 국내총생산(GDP)이 더 낮았던 한국. 현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한국의 경험을 전수받기로 한다.
제8차 5개년 경제사회개발계획을 진행 중인 베트남 정부. 내년에 베트남의 새로운 10년 경제사회개발전략을 준비 중이나 경제·사회 분야별로 청사진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전문가 뿐 아니라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수출개발은행 설립 지원 및 수출신용보증기구 운영에 대한 자문을 받은 것을 떠올린다. 이에 베트남은 거시경제, 산업, 국토개발 및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범국가 차원에서 한국의 경험을 전수받기로 결정한다.
KSP사업 참여국의 대다수는 정책자문 결과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9년 첫 KSP 중점지원국으로 선정된 베트남은 경제전반에 걸친 포괄 컨설팅이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2011~2020 사회경제발전전략’ 이 수립됐으며, 쿠웨이트의 ‘5개년 개발계획’, 카자흐스탄의 ‘2010~2014 산업혁신 개발계획’ 등이 KSP 정책자문을 통해 마련됐다.
캄보디아, 몽골 등도 우리의 민간투자유치 관련 정책자문 이후 ‘민관협력프로젝트(PPP) 제도’ 등의 도입을 위해 관련 법령 정비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채권가격 책정기관’, 캄보디아의 ‘무역진흥기구’ 설립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도미니카(공)의 경우 ‘수출·투자 진흥협의회’와 ‘수출입은행’의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KSP는 유·무상원조 등 후속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개발협력의 실효성 제고에도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도미니카(공)에서 수출진흥을 위한 ‘종합무역센터 설립 사업’을 대회경제협력기금(EDCF)로 지원할 예정이며 DR콩고는 KSP 자문 사항이었던 국가개발전략의 구체화를 위해 KOICA 프로그램으로 분야별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베트남 PPP사업(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에 국내기업이 참여하고 도미니카(공) 배전선로 사업을 한국전력이 수주하는 등의 다양한 후속사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차문중 KDI CID 소장은 “우리나라의 발전경험 지식은 소중한 자산이다” 라며 “다른나라는 더 많은 자원과 돈을 제공해 줄 수 있지만 경제 지식을 줄 수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과거 많은 금액의 원조를 받아왔으며, 이러한 밑거름으로 단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경험이 있다”며 “이제는 한국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받은 만큼 도움이 필요한 다른 나라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그는 아울러 세계화에 따른 국가 간 연계성이 커진 것도 우리가 가진 것을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나눠야할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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