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와 전세간 가격 차이도 많이 좁혀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9.10 부동산 활성화 대책' 후속 조치로 올 연말까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내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국민은행 시세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08년 1.2% 떨어진 이후 2009년(8.1%), 2010년(7.4%)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에는 13.4%나 급등했다. 올해 상승 폭은 10월 현재 1.4%로 낮은 편이지만 이미 최근 몇년간 가격이 많이 올라 전세 재계약 시 세입자들의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기존 전세 보증금을 가지고도 충분히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셋값이 상승하면 매수 욕구는 커지게 마련이지만 일반 직장인이 대출을 받지 않고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기란 쉽지 않다”며 “인근 수도권의 저렴한 미분양 아파트를 알아보거나 경매시장을 둘러보면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마련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6752만원(국민은행 시세 기준)이다. 강남권은 3억749만원에 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강북권도 2억185만원이다. 하지만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분양아파트 단지들이 적지 않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는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가 분양 중이다. 이 아파트 전용 68~77㎡ 분양가는 2억7000만~2억9000만원 선이다. 웬만한 강남권 아파트의 전셋값이면 이곳 래미안 한채를 거뜬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는 분양 중인 ‘운정 롯데캐슬’ 전용 59㎡형 아파트 분양가는 2억4000만~2억5000만원 선이다.
운정 롯데캐슬 분양 담당자는 “분양가가 싼 데다 양도세 감면 혜택까지 있어 서울 서북권 거주자들에게서 문의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신도시 외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분양가 2억원 이하 단지들도 많다.
가평군 청평면 ‘청평 삼성쉐르빌’ 아파트 전용 69㎡는 분양가가 1억8000만원 선이다. 같은 군 설악면에서는 ‘북한강 코아루’ 전용 59㎡ 분양가가 1억7000만원대다.
안소형 닥터아파트 팀장은 “분양가 할인이나 중도금 무이자 등 추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며 “전셋집 때문에 고민하는 세입자라면 분양 중인 저렴한 주택 매입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 몇 차례 유찰을 거쳐 최저 매각가격이 저렴한 아파트 입찰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오는 2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은평구 응암동 우성아파트(전용 59㎡) 경매 물건으로 나온다. 최초 감정가 2억3000만원에서 두 차례 떨어져 1억4720만원에 매각이 진행된다.
28일 경매에 부쳐지는 은평구 구산동 이안아파트(전용 55㎡)도 2차례 유찰돼 최저 매각가가 1억5360만원이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전용 58㎡)는 한차례 유찰돼 감정가(2억4000만원)의 80%인 1억9200만원부터 경매에 들어간다.
설춘환 알앤아이컨설팅 대표는 “요즘 경매물건을 잘 살펴보면 싼값에 입지 좋은 아파트를 잡을 수 있다”며 “입찰에 앞서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지 등 권리 분석을 철저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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