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할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겨울철 전력수급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한전 사장을 바로 교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관측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사의를 표한 것이 정부와의 갈등이라는 위기를 돌파하고 재신임을 공고히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인 제스처라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한전 이사회가 본격적으로 후임 사장 인선 작업에 착수하면서 억측과 오해가 상당부분 사그라들게 됐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9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사장 공모 절차를 논의한 뒤 즉각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이튿날부터 사장 후보자의 지원서를 접수받고 있다. 공모기한은 오는 16일까지다.
임추위는 일단 16일로 서류접수를 마감한 뒤 서류심사와 면접을 실시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공운위 및 한전 이사회 의결, 지식경제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 절차를 통해 사장 인선은 마무리 된다. 통상 임추위 구성부터 임명까지는 40여일이 소요된다. 한전 이사회는 12월 17일께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후임사장 추천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달 중순 이후 후임 사장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속전속결로 후임 사장 인선이 진행되면서 한전 내부적으로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한켠에서는 정부가 잇단 원전 사고 등으로 전력수급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전력당국의 수장을 경질하면서 일종의 꼬리 자르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김균섭 사장의 경질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전 관계자는 "신임 사장공모가 여느 기관장 공모와는 달리 속행처리되는 분위기"라며 "대선 등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 마땅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한전의 후임 사장 인선 작업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김 사장의 가시방석식(式) 경영행보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김 사장은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집행 이사회 참석을 위해 지난 6일 출국했다가 니스와 파리 등을 경유해 10일 귀국했으며 12일 정상 출근해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삼성동 본사에서 열린 전력수요관리 심포지엄에도 참석해 "당분간 전력부족 사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급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수요관리 자원 확보와 수급 비상시 유관기관과의 정보공유 및 공조체제가 중요하다"며 "국가적인 전력난을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적 대안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제시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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