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대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3조~4조원이라는 규모는 너무 크다”며 “현행법상 따로 이어마크(earmark)해서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비축해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이같은 뜻을 밝혔다.
정치권 요구를 고려해 차기 대통령의 비전을 담을 공간이나 여력이 있는지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그 결과를 보고받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대구상공회의소를 방문해 ’한국경제의 현황과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실패 사례를 거론하면서 경기부양 정책을 남발하면 1990년대 일본처럼 빚만 잔뜩 지는 저성장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장관은 “정부가 뭘 하느냐, 지금 나서서 어려운 민생을 살려야지 않느냐는 여론이 빗발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임기 말에 실탄을 다 쏟아부어 경제를 부양하자는 유혹을 내심 받지만 정책 여력만 소진하고 효과가 없으면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재정 여력이 없거나 제로 금리에 근접한 나라가 많아서 금융정책, 재정정책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따라서 다음 정부가 소신껏 대응할 수 있도록 탄약을 남겨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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