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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 이형석 기자 |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박해진은 한결 눈빛이 깊어졌다.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배역 이상우에 푹 빠진 듯 했다. 극중 애절한 감정연기를 해야 하는 박해진은 "연기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예민한 감정연기가 너무 많아서 솔직히 힘들어요. 다행히 상대역인 이보영 선배님이 잘 맞춰주셔서 수월하게 하고 있죠. 서영(이보영)이 거짓말을 하는 시점부터 계속 다투는 연기를 하는데, 처음엔 막막했어요. 어떤 감정을 선보여야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지금도 제 연기를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다행히 시청자들이 잘 봐주시는 것 같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해진은 극본을 쓴 소현경 작가에게 "잘했다"는 칭찬의 문자도 받았다. 연출을 맡은 유현기 PD 역시 편집실에서 박해진의 연기를 보고 합격점을 준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해진은 "더 잘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제가 그런 상황에 닥치면 상우처럼 행동할 것 같아요. 재벌가와 결혼해 잘살고 있는 누나가 가족을 버렸다는 걸 알았을 때 거의 대부분 이상우처럼 행동할 거라고 봐요. 함께 할 수 없다면 잊는게 낫죠. 억지로 다시 가족이 함께 하도록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저라면 그냥 안보는게 서로를 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는 항상 연기파 배우들이 출동한다. 시대의 새로운 아버지 상을 연기한 천호진과 강기범, 김혜옥은 박해진에게 살아있는 연기교과서이자 지침서가 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극중 아버지로 출연중인 천호진을 박해진은 촬영장에서 실제 아버지처럼 따른다고 했다. 박해진의 연기가 한결 깊어진 것도 그런 선배들이 연기를 곁에서 지켜봐서였다.
"베테랑 선배님들과 연기하는게 정말 돈주고도 못사는 경험이에요.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이보영 선배와 천호진 선생님이 연기 덕분에 저도 많은 걸 배우고 있답니다. 덕분에 저도 이만큼 연기를 할 수 있게 됐고요"
'내 딸 서영이'의 히어로는 바로 천호진이다. 딸에게 버림받았지만, 늘 서영이를 걱정하는 그의 연기는 시청률 상승의 핵심이다. 박해진은 나이가 들면 꼭 천호진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작과 대사 하나 가능하면 훔치고 싶어했다.
"천호진 선생님의 연기는 정말 하고 싶다면 모든 걸 훔치고 싶어요. 연기하는 순간 아버지의 상황이 얼굴에 묻어나니까요. 시청자가 아버지의 표정만 봐도 빨려 들어가고 드라마를 이해하죠. 저도 나중에 천호진 선생님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촬영장에서도 아버지라고 부른다니까요."
"KBS와 전 인연이 깊어요. 데뷔작 '소문난 칠공주'도 KBS 작품이었죠. 이번에 복귀하면서 드라마 성공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어요. 다만 저는 이번 작품에서 연기자로서 배울수 있는 작품을 원했죠. '내 딸 서영이'에 출연 제의는 정말 다시 못잡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거기에 방송사가 KBS라는게 마음이 편했어요"
박해진은 "연기가 천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할 때 떠밀리듯 시작했던 그는 사실 연기에 대해 깊은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공백기를 가지면서 연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쉬면서 연기자가 뭔지 연기가 뭔지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는데, 상황이 달라지니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커지더군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자 천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절 존재하게 하는 의미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뒤 박해진은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세월이 깊어질수록 매력이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돌아온 탕자를 어머니는 말없이 안아준다. 박해진에게 연기는 그런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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