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싸이, 한국문화예술‘공공적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화해야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10년이 아닌, 120일 만에 강산이 변했다. 또 싸이 얘기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지난 11일 기준 유투브 조회 건수 7억 뷰를 넘긴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0일 경이면 8억 건을 달성하며 현재 1위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 뮤직비디오(7억9859만건)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그뿐 아니다. 지난 주말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적 음악 전문채널 MTV 주최로 열린 ‘2012 MTV 유럽 뮤직 어워드(EMA)’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베스트 비디오상’을 받았다. 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 등 막강한 경쟁후보들을 제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인상을 남겼다.

싸이의 행보는 말 그대로 화려하다. 세계적인 온갖 음악시상식의 단골 초대 손님은 물론, 시사나 토크쇼 등 가리지 않고 ‘싸이 모시기’에 열광이다. 지난 9월엔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TV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도 출연했다. 이 때 엘런쇼의 시청률이 역대 최고였다는 소식은 싸이가 진정한 대세임을 입증했다. 이어 NBC ‘투데이쇼’를 거쳐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간판 프로그램을 순회하고 있다.

마치 예기치 않은 태풍이 몰아치듯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싸이 열풍에 전문가들도 바쁘다. 일명 ‘싸이 효과’를 점치기 위해서다. 벌써부터 한류 관련해 1조원 이상 ‘뭉칫돈’ 몰리고 있으며, 만년 적자신세였던 ‘문화서비스수지’가 올해 사상 첫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핑크빛 전망이 나돈다. 더 나아가 한류 열풍의 일등공신 강남스타일 덕에 우리나라가 외국 문화상품의 수입·소비국가에서 본격적인 문화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싸이 관련 광고효과는 절대적이다. 지난 10월4일 시청광장 공연에서 논란을 빚었던 ‘소주 원샷’ 사건이 대표적이다. 딱 한 번의 이벤트로 하이트진로의 주식은 2.19% 오르고, 실질적인 광고효과 금액은 250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날 공연은 세계 222개국에 동시 생중계됐고, 현장엔 8만명이 훨씬 넘게 관람했다고 보면, 잠재적 고객창출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싸이의 성공을 보면서 너무나 큰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만약 시청광장 공연의 무대를 한국의 감각적인 현대미술가와 함께 꾸몄더라면, 전 세계의 주요 프로그램에 출현하면서 한국의 젊은 패션디자이너 의상을 입었더라면, 손목시계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악세사리라도 홍보효과를 생각한다면, 싸이 개인을 넘어 한국의 현대적인 문화트렌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데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 싸이는 더 이상 개인 박재상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간판이며, 한국인으로서의 롤 모델이 되었다. 한국 팬의 사랑으로 오늘의 싸이가 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이젠 그 보은을 넘어 한국인으로서 제대로 된 한국문화를 알리는 표상이 되어주길 바란다. 또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싸이는 이제 ‘걸어 다니는 문화상품’이다. 만약 지금의 싸이를 인기 많았던 운 좋은 반짝 스타가 아닌,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세계적인 톱스타가 되길 희망한다면, 싸이 자체를 한국의 문화예술과 한 몸이 된 ‘공공적 콜라보레이션’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 문화전도사로서 YG와 싸이의 발전적인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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