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동은 한여름? … 블랙아웃은 남의 나라 얘기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올 겨울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명동 일대 로드숍들이 난방기를 틀어놓은 채 문을 열고 영업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여름 강남·명동 일대 로드숍들에 에어컨을 켜 놓은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을 금지시킨 바 있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자마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로드숍 10곳 가운데 8곳은 난방기를 틀어 놓은 채 출입구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 기온은 최고 8도로 다소 쌀쌀한 날씨였다.

10월 중순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자 명동 일대의 매장들은 일제히 난방기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난방과 함께 매장 출입구도 활짝 열어 놓으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전력낭비라는 이유다.

미샤·더페이스샵·아리따움 등 화장품 매장을 비롯해 ABC마트·레스모어·슈마커 등 신발 전문 매장, 각 의류매장, 패스트푸드점 등 업종에 상관없이 대부분 매장이 이 같은 상태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한 신발 전문점 매장 직원은 얇은 셔츠만 입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땀까지 흘리며 팔을 걷어붙일 정도였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두꺼운 외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 매장을 찾은 한 손님은 "밖이 너무 추워 잠시 몸을 녹일 겸 매장을 들렀는데 온도가 높아 외투를 벗었다"며 "길어야 10분 정도 둘러보는데 이렇게 난방을 강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매장 안쪽 직원들은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 매장 바깥에서 손님을 끌어 모으는 직원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심지어 매장에는 온풍기도 부족해 조그만 전기스토브까지 켜 놓고 있었다. 이 매장 역시 출입구를 활짝 오픈한 상태였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극심한 한파가 예상돼 전력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중순 최대 전력수요는 800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 발전소 설비 용량은 8200만㎾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가동 중단된 영광 5, 6호기 원전이 제때 복구되지 않을 경우 예비전력은 사실상 '제로'가 된다.

특히 난방비의 경우,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겨울철 전기수급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전기 난방기 사용 증가로 겨울철이 최대 전력치에서 여름철을 앞지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명동 일대 로드숍들이 냉방기나 난방기를 틀어 놓은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은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라며 "특히 올 겨울은 전력 사정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반드시 겨울에도 이 같은 행태를 금지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