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14일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번 주에 발표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능하면…”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여성정책을 발표한 뒤, 공개 시점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출마 선언에서 ‘경제 민주화’를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고, 이와 관련한 전권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게 맡겼다.
하지만 지난달 말 김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 최종안을 보고했으나, 그 내용은 2주가 넘도록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朴, 순환출자·국민참여재판·대규모기업집단법 ‘수용 불가’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40여개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몇개를 제외하고 모두 김 위원장의 안(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이 이견을 보인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박 후보는 지난 11일 김 위원장을 만나 기존 대기업에 대한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중요 경제 범죄자의 국민참여재판 회부,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등에 대해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그 세 가지만 빼고 나머지는 박 후보가 대폭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내 쇄신파 등 일각에서는 “알맹이가 다 빠졌다”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과 함께 공약을 준비해 왔던 경제민주화실천모임도 허탈한 분위기다. 이 모임은 전날 대선을 앞두고 정면대응을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쇄신파 한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애초부터 가이드라인은 주던가 해야지 대선 국면만 아니면 큰 분란이 일어날 사안”이라면서 “이렇게 된 마당에 후보의 실천의지를 고취시키는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고 안타까운 입장을 토로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은 13일 한 방송에 출연, “박근혜 대선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행추위) 위원장 사이의 갈등 때문에 (새누리당이)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 위원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박사와 박 후보가 삐걱거리는 모습이 연출됐다”면서 “이 때문에 앞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더라도 그것이 유권자에게 받아들여지겠느냐 하는 걱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에 방점…“朴-金, 발표 전 한 번 더 만날 듯”
결과적으로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이 아닌 ‘공정거래’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 제한 등 형사처벌 강화를 비롯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금산분리 강화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등 공정거래 관련 제도와 법령 정비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보호 △납품 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등 중소기업·영세사업자 보호 등이 공약에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행추위 관계자는 “현재 은행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금산분리를 재벌 산하 보험, 증권사로 확대하는 방안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금융회사를 거느린 대기업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강화 정도는 반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표 직전에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만나 의견을 조율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김 위원장이 추가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 경제정책의 중심이 경제민주화에서 성장 쪽으로 옮겨지면서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 준비 중인 경제성장 정책 발표도 임박한 상태다.
김 단장은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소프트웨어와 지식·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소프트밸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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