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고금리 예·적금' 또는 '금리 파괴'.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사진) 취임 후 산업은행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말이다. 산업은행의 무점포 온라인 기반 예·적금 상품인 'KDB다이렉트'가 수시입출금식의 경우 금리를 연 3.25%(정기예금 3.80%)나 준다는 점에서 붙은 것이다. 이런 금융상품의 등장은 고객 입장에선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최근 아주경제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강 회장은 "파격적인 금융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이 말하는 단순한 생각이란 '은행 고객은 고금리 예·적금을 좋아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의미한다.
◇"단순하면 꼼수가 없다"
18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9일 출시된 'KDB다이렉트'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 15일 현재 6조3000억원에 달한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6조원 이상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고금리다.
그리고 강 회장의 '금리 파괴'는 대출상품으로 이어졌다. 그는 9월 말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연평균 3.95%의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또 일부 기업들과 대출협약을 체결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4%대 근로자집단대출도 실시했다. 현재 160개 기업과 근로자집단대출 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강 회장은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예금금리는 높고 대출금리는 낮은 것 아니겠느냐"며 "이런 단순한 생각을 금융상품에 적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중은행들이 금리와 관련해 '꼼수 논란'에 휘말렸던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단순하면 정직해지고 그럴수록 고객들은 만족하게 된다"며 "금리 적용구간을 세분화하는 등 상품구조를 복잡하게 만들다보니 오히려 꼼수 논란에 휘말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최우선 경영전략은 단순함과 정직함"이라고 강조했다.
◇"약점에서 해법을 찾다"
예금금리는 높고 대출금리가 낮으면 고객에겐 유리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 회장은 단순하게 해법을 찾았다. 바로 비용 절약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산업은행의 약점을 극복하는 돌파구이기도 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시중은행들에 비해 영업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 상품인 'KDB다이렉트'를 구상한 것이다. 점포 운영비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므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그 혜택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려준 셈이다.
근로자집단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영업점이 적으므로 고객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대출을 연계해주는 게 쉽지 않다"며 "그래서 생각한 게 집단대출인데, 각 기업에서 임직원들의 서류를 정리해 일괄적으로 넘겨주니 은행 측에서도 대출업무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이 BIB(Branch In Branch)로 불리는 복합점포 개설이다. 산은금융의 계열사인 대우증권 영업점 안에 산업은행 영업점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미 8곳에 개설됐다. 강 회장은 "증시 불황으로 증권업은 규모를 줄여가는 추세이므로 대우증권 영업점 일부를 산업은행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아낄 수 있고 은행은 증권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육성 정책도 파격"
강 회장은 독특한 인재육성 전략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산은그룹의 사내대학인 'KDB금융대학교'를 설립한 일이다. KDB금융대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설치 인가를 받고, 내년 3월부터 첫 학기를 시작한다.
학비도 전액 산은그룹 계열사가 지원하므로 고졸사원들에게는 좋은 교육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당초 강 회장은 서울 삼청동에 소재한 금융연수원을 금융대학교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제약들 때문에 사내대학 설립을 본격 추진한 것이다.
강 회장은 "이미 KDB금융대학교에 100명에 육박하는 직원들이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교과부에서도 사내대학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일부 대기업들도 사내대학 설립에 동참하기로 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