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낮은 ‘선택형 피크요금제’로 ‘블랙아웃’ 극복?

기업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도”…정부 “우려할 수준 아니다”<br/>“당장 12월부터 기업 모집해야…호응도가 관건”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두고 벌써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는 최근 잇따른 원전중단으로 올 겨울 사상 최대의 전력난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특단의 비상동계전력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 가운데 계약전력 300㎾이상 3000㎾미만 수용가를 대상으로 도입되는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가 이번 동계전력대책의 핵심으로 제시됐다.

선택형 피크요금제는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피크일(월,목)과 피크시간(오전 10시~12시, 오후5시~7시)에 전기를 쓰면 최대 5배의 할증요금을 내는 제도를 말한다.

평소 전기요금 할인을 미끼로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해 피크시간의 전력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기존 요금제와 다른 점이다. 업체들은 피크요금제에 가입하고 정부가 공지하는 피크일, 피크시간에만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전기요금을 보다 아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만㎾의 전력수요를 감축해 나가면서 예비전력을 확보해 나가 올 겨울 전력난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오히려 관련 업계에서는 24시간 공장을 가동시키는 기업들의 경우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이나 석탄 같이 연중 공장을 가동시켜야 하는 기간산업 업체에 있어서는 불리한 제도”라며 “5배의 요금이 평상시 할인요금보다 많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도”라며 “이는 사실상 요금인상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현실성 없는 요금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피크요금제 적용시 평상시 요금은 ㎾당 54.2원으로 기존의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당 60.2원)보다 ㎾당 5.8원의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피크타임시(최대부하때) 전력을 사용할 경우 적용요금은 ㎾당 최소 410.7원으로 기존(㎾당 152.1원)의 2.5배에 달하는 큰 수준으로 요금이 급등하게 된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에 지식경제부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선택형 피크요금제는 설계당시부터 공장이 24시간 가동되는 기간산업을 고려한 제도”라면서 “설사 업체들이 최대 5배에 달하는 할증요금을 부과받더라도 평상시 할인으로 적용받는 금액이 더 많다”고 말했다.

피크요금제는 매일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력수요가 가장 높은 특정 날에 발효된다는 것. 정부는 사전 수요예측을 통해 불확실성이 높은 피크일과 피크시간대를 정한 뒤 한국전력을 통해 해당업체에 ‘당일예고’를 통보한다. 때문에 한달에 5~10번 정도로 비교적 적은 기간 시행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요금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무엇보다 기업들의 참여와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피크요금제를 많이 선택할 수 있도록 요금 할인 폭을 더욱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크요금제의 도입 시기와 관련해서는 전력 당국간에 시각차를 나타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기존에 요구한 대로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이라도 인상했더라면 이번 피크요금제 도입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며 “당장 12월부터 기업들을 모집해야 하지만 호응도가 얼마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