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가 경제 관료와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간 스타급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선임하면서 공기업에 혁신 DNA를 불어넣으려 했던 한전의 실험은 성과없이 끝나게 됐다.
21일 지식경제부와 전력업계에 따르면 조환익 전 코트라 사장(전 산업자원부 차관)과 문호 전 한국전력 부사장(현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부회장)이 한전 신임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심사를 통해 신임사장 공모자 5명 중 조 전 차관과 문 부회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조 전 차관의 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회장은 한전 출신 에너지 전문가로 기획관리처장,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한전 내부 사정에 밝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원걸 전 한전 사장이 정부의 공공기관장 교체 방침에 따라 1년 2개월 만에 사장직에서 물러나던 지난 2008년 잠시 직무대행을 맡은 경험이 있다.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이 취임한 2008년 말 한전을 떠난 이후 현재까지 스마트그리드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조 전 차관과 문 부회장 중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면접을 거쳐 1순위로 가려진 후보는 지경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임명으로 신임사장에 임명된다. 한전은 최종 임명된 후보를 다음달 1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사장 공모는 공교롭게 정부 출신과 한전 출신이 최종경합을 벌인다는 점에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상급기관 출신인 조 전 차관이 승기를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사분오열된 조직을 안정화하고 겨울철 전력수급 위기를 넘길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문 부회장의 발탁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전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만큼은 '외풍에 견딜 수 있는' 관료 출신이 와야 한다는 시각과 '한솥밥 먹은 식구가 속사정을 제대로 안다'며 내부 출신 사장을 바라는 정서가 교차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두 차례 시도된 민간 인사 영입이 결국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며 "이번 만큼은 한전의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는 적임자를 뽑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며 사장에서 물러났었다. 이후 현대건설 출신인 김중겸 사장이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그 역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지경부와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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