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사퇴로 그의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중도·무당파가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대선 승패를 좌우할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계층은 박 후보의 취약지로 분류돼왔다. 박 후보도 국민대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후에도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보다는 보수층 결집과 호남·충청권 표심흡수에 무게를 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층을 이탈없이 끌어안는 총력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박 후보로서도 중도층 끌어안기는 ‘발등의 불’이 됐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전날 입당 기자회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 결집도 필요하지만 중도·중간층 결합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 중앙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에게는 꼭 보수층만이 아니라 과격하고 급진적이며 모험적인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인 중도 세력과의 대결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 25∼30%가 야권 단일후보인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각종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당 중앙선대위의 분석이다.
이중 상당수는 무당파로 남겠지만,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는 박 후보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선대위는 보고 있다. 정권교체보다는 ‘새 정치’에 무게를 뒀던 안 후보의 지지층, 특히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선대위는 주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일단 ‘정치쇄신 카드’를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당이 국회의원 특권폐지 방안 발표, 6월분 세비반납 등으로 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에 물꼬를 텄던 점을 거론하면서 “박 후보는 대선 기간 정치쇄신의 의지와 구상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초 당 비상대책위의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바탕으로 4·11총선에서 승리했던 것처럼 ‘중도클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다시 나오고 있다.
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이념적으로 우리가 중도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정책공약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 차원에서 발표한 가계부채·사교육비 부담경감·일자리 확충 등 10대 공약을 중도층 공략 차원에서 밀고나갈 방침이다.
다만 탈(脫)보수 정책기조 변화의 상징이었던 경제민주화 가운데 재벌개혁 부분이 후퇴, 박 후보의 경제관이 다시 보수화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점은 당으로서도 부담이다.
과거 대북·안보정책이 그랬듯,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의 강도가 이념적 ‘잣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우리의 경제민주화는 이념적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민생살리기를 위한 경제민주화”라며 “경제위기라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야당의 방안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