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뉴페인팅 대표작가 신로 오타케 "버려진 것들에 쌓인 시간의 흔적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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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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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선재센터에서 첫 개인전 '모으고 편집하고 조합'한 콜라주등 170여점 전시

일본 작가 신로 오타케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고 있다. 버려지고 쓸모없는 것들을 모아만든 그의 작품은 쓰레기에서 핀 꽃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생명력으로 붙어있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버려지는 순간, 제작 충동을 느낀다"는 일본작가 신로 오타케(56)의 작품은 그야말로 '쓰레기들의 콜라주'다.

억지로 그리거나 칠하지 않았다. 그저 오리고 붙이고, 오리고 붙여 만든 그의 대표작 '스크랩북'이나, '레티나(retina)'시리즈는 '일상적인 삶의 현장'을 징글징글하게 보여준다.

편집증적인 작업과, 그렇게 탄생된 작품은 '떼어진 흔적'과 '붙인 흔적'이 겹쳐지면서 쏘아대는 에너지가 드글드글하다.

화가이자 음악 출판 건축등 문화예술의 장르를 넘나들며 일본에서 뉴페인팅 대표작가로 유명한 신로 오타케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신로 오타케의 대표작 '스크랩북'시리즈가 첫 공개된다./사진=박현주기자

24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에는 '모으고 편집하고 조합한' 그의 초기작품부터 신작까지 총 170여점을 선보인다. 사무소가 기획한 이 전시는 매일유업 협찬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시 후원으로 이뤄졌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지만 한국에선 아직 낯선 그를 김선정 아트센터 큐레이터가 눈여겨보다 2년전부터 본격 추진한 전시다.

한국에서 첫 전시를 앞두고 23일 내한, 기자들과 만난 신로 오타케는 "어릴적부터 버려지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며 "물건을 버릴때 판단하는 그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사진=박현주기자
하지만 그는 '버려진 것'을 수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관심을 가지니 버려진 것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그는 "물건의 재질과 종류보다 자신에겐 '시간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했다.

누렇게 바랜듯 콜라주된 작품 '타임 메모리'가 대표적이다. 그의 최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가 말한 '시간 개념'이 들어있다.

"집엔 항상 우편물이 옵니다. 필요없는 것을 쓰레기 처리하곤했죠. 어느날 버려진 봉투들을 보다가 '시간'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보의 확산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 생각을 하자 우편봉투들이 자동적으로 모이게 되었다는 그는 버려질 봉투들을 하나하나 붙여 '시간'을 박제했다. 버려진 재료들이 찢어지고 뭉개지고 발라지고 끼어들면서 만들어진 작품은 '미니멀한 추상화'로 재탄생됐다.

그는 "버려질수 있는 모든 풍경을 모티브로 삼는다"며 "이미 있는 것과의 협업이 예술"이라고 밝혔다.

콜라주하는 작업은 그의 성장환경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작가는 도쿄의 강, 수문 공장등이 있는 로쿠고지역에서 성장하며 태풍후 수문에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생활 쓰레기나 산업폐기물의 풍경을 접하며 자랐다고 한다.

터져버릴듯 미친듯한 콜라주 작업을 보여주는 신로 오타케의 스크랩북 시리즈./사진=박현주기자

이번 전시에 유리망으로 둘러쳐 귀한 작품임을 알려주는 '스크랩북' 시리즈 3점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 1977년부터 시작된 시리즈로 작가가 일상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재료들이 짧게는 50페이지에서 895페이지에 이르는 스크랩북 형태로 제작됐다. 신문 사진 잡지 벽지 표장지 비닐 면직물 전선 뱀가죽등 다양한 재료들로 구축된 이 작품은 '시간을 봉인'해놓은 오타케의 예술세계를 집약하여 보여준다.

자르고 찢어 다시 붙이고 겹치고 드로잉하고 색칠하기를 반복한 콜라주 작품들과 달리 3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자파노라마(ZYAPANORAMA)는 단순하다. 포스터같은 이미지다.

그의 '수집병'이 덜어진 듯한 이 작품들은 원색과 형광색을 사용한 컬러와 흑백시리즈 100점이다. 하지만 단순해졌다고 해서 오타케의 작업방식이 달라진건 아니다. 그가 일본의 각 지역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그의 눈에 캡쳐한후 화면에 콜라주해 낸 것이다.
그는 "각 지역을 여행하며 발견된 풍경과 장소 이미지를 선으로 베끼다보니 일본의 만화를 그린듯한 그림이 탄생했다"고 했다.

서울의 인상을 작업한 네온 작품. Found Lightscape / New Seoul.2012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했다는 '네온작품'은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며 지지직 소리를 낸다. 이 또한 버려진 것에서 착안된 작품이다.
서울에서 땅에 떨어진 네온사인을 발견했는데 이후 일본에 살고 있는 우와지마 동네에서 발견한 네온에서 윙~하는 소리를 듣고 만들었다는 것.

그는 "서울 길거리에서 강렬하게 느낀 것은 빛과 소음이었다"면서 "서울에서 버려진 빛과 우와지마에서 발견된 소리를 녹음했다"고 했다.

'소비의 시대이자 이미지 과잉의 시대'를 꿰뚫고 있는 그의 작품은 해독은 불가능하지만 해석할수 있는 작품으로 읽히고 있다.
'응달보다는 양달을 지향'하는 시대에서 버려진 것들에서'시간을 채집'한 그의 작품은 '모든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해방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전시는 2013년 1월 20일까지. 관람료 성인 5천원. 학생 3천원.


콜라주와는 다른 형형색색으로 보여주는 자파노라마 시리즈./사진=박현주기자

◆신로 오타케=1985년 일본인 최초로 영국 런던의 ICA에서 개인전을 가진 일약 스타점에 올랐다. 이후 독일 카셀 도큐멘타 13 (2012), 광주비엔날레 (2010), 후쿠오카 미술관 (2007), 도쿄 현대미술관 (2006), 나오시마 현대미술관 (2002),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 (1993), 영국 테이트 리버풀,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말뫼 쿤스트할레 (1991),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1989) 등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 및 이벤트에서 전시됐다. 2009년 일본 나오시마 섬에서 진행한 목욕탕 프로젝트 ‘I♥湯’등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실행했다. 이외에도 오타케는 1978년부터 1981년까지 노이즈 밴드 ‘JUKE/19’로 활동하며 일본 실험음악에 영향을 미쳤고, 1996년 음악가 야마타카 아이와 음악/미술 그룹 ‘Puzzle Punks’를 만들어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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