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투어스토리> 공기업 간 면세점 싸움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지난 22일, 공기업이 공기업의 수장을 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관광공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수장인 이채욱 사장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2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채욱 사장이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내용 중 관광공사가 인천국제공항 내에 운영하고 있는 면세점이 지난 5년간 51억원의 적자를 내 국민들의 세금을 축냈다고 증언해 한국관광공사와 공사의 전·현직 임직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채욱 사장의 발언은 사실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관광공사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부득이 고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면세점 민영화를 둘러싸고 최근 두 기관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인천공항 내 관광공사 면세점은 내년 2월 말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관광공사는 "면세사업이 공적 기금 조성의 역할 대신 민간 특혜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며 민영화에 반대해 왔다.

특히 이채욱 사장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언론을 통해 이 사장의 발언을 위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대해 공항공사 측이 관광공사 측에 항의공문과 함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두 공기업 간의 싸움은 고조되어 갔다. 더욱이 외래관광객 1000만명을 달성한 22일,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민영화 정책에 따라 새 면세점 입찰공고 계획을 언론에 발표하며 한국관광공사를 당혹케 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는 '고소'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두 공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할까.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공항공사 측은 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공항 내 면세점을 철수시키고 민간 운영으로 돌리게 되면 임대료 수입이 늘어나게 돼 민영화를 적극 찬성하게 되는 반면, 관광공사는 면세점 철수로 인해 조직과 인력이 축소되기에 이를 반길 이유가 없다. 두 공기업의 기득권 싸움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두 공기업은 더 이상의 갈등을 접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도 고소를 취하해야 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대화의 핵심은 '누군가의 이득이 크냐'가 아니라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가'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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