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선점하는 日기업… 정부와 손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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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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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불황 속 글로벌 기업들이 동남아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2011년부터 이어진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선진국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인건비 상승 등으로 해외공장의 이탈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인도는 외국계 투자 유입에 대해 여전히 폐쇄적"이라며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수요가 풍부한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동남아가 세계 시장의 생산거점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동남아 주요국들은 지난해 태국 홍수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7.1%에서 지난해 4.3%로 둔화됐지만, 홍수피해가 컸던 태국을 제외하면 5.3% 성장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 일본의 평균 성장률은 2010년 3.1%에서 지난해 0.9%로 급락해 대조를 이뤘다.

이들 동남아는 향후 중국에 이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성장이 예측된다. 다양한 부존자원이 존재하고 노동력이 풍부하며, 임금이 저렴하기 때문. 가까운 일본은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력해 이러한 동남아 시장 공략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얀마가 대표적이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의 중간에 위치하고 인도와 벵갈만을 마주보고 있는 동·서남아 연결의 길목이자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또한 천연가스 및 다양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미개척시장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러한 미얀마에 대한 3000억 엔 채무 탕감과 차관 재공여 등 대대적인 지원에 합의하고 부처별 일본 기업 지원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올해 상사 진출을 완료하고 음료와 편의점에서 금융·IT·건설·자동차·천연가스 등 대부분의 업종 진출이 증가했다. 내년 초부터는 미얀마 수출입의 핵심지역인 띨라와에서 일본의 미쓰비시상사·스미토모상사·마루베니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경제특구 개발을 진행한다. 이 사업의 지분은 컨소시엄이 49%를 갖게 되며 나머지 51%는 미얀마 측이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태국과 필리핀에서도 올 상반기 외국계 투자액 1위 국가를 기록하는 등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3~4순위로 뒤처진다. 일본 은행들도 이와 맞물려 동남아 국가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작년 일본 은행들의 동남아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24% 늘어난 약 21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은행들의 투자는 일본 기업들의 인프라와 자원개발 분야 수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동남아시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총수들이 동남아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등 주요 사업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SK는 싱가포르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고 있으며,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IT 및 에너지사업,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각국을 방문해 사업을 협의한 바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지난해 동남아를 방문해 베트남에선 호찌민 신도시개발 프로젝트 진출을 타진하고, 캄보디아에선 태양광 및 인프라 구축 투자사업에 협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들을 거뒀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일본 등에 비해 국가의 지원이 미미하고, 기업 총수가 동남아 사업을 주관해온 특징으로 인해 최근의 대기업 오너 수사 등으로 자칫 투자기회를 놓칠 위기에 노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을 향한 국제경쟁 속에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은 민·관이 함께 뛰고 있으며, 이는 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합심해 협력하고 더 치밀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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