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으로서 애로사항은 우선 내집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만기라는 것이 정해져 있고 이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한다. 그런데 이때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포장 이사비는 평균 98만원으로 2007년(78만5000원)보다 24%나 급등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이사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명백하다.
또 한 신문에 보도된 기사에서는 실제 서울에서 이사를 가는 3인가족 이사견적서를 추출해본 결과 최소한 이사비용을 들였음에도 300만원이 넘게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에 들르는 시간이나 계약·잔금시 신경을 써야 하는 시간과 노력 같은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보통 이사비용이 400만~500만원 정도 나오는 셈이다.
20년을 기준으로 2년에 한번씩 옮긴다면 10번을 옮겨야 하는데 이사비용만 4000만~5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두 번째는 자녀 학교문제와 정서 등에도 애로점이 발생하는 경우다. 몇 년전 중견탤런트 최모씨가 TV에 나와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내집마련을 해서 가장 좋은 점에 대해 자녀들이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얘기한 적이 있다. 하나의 사례일뿐이지만 이사 때마다 받는 임차인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한 편이다.
세 번째로는 이사 때마다 전세가격이 내려가면 좋은데 보통 그 반대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덜 갖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많은 경우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거나 폭등할 수도 있다.
마지막은 정신건강 측면이다.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에 거주하는 경우 집값이 상승하지 않거나 하락할 때만 집에 대한 부분에서는 그나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반대라면 그 평정심은 불안·상실감, 조바심 등으로 깨뜨려지기 쉽다. “전세로 맘편하게 살면 되지 집값도 안오르는데 세금내고 재산세까지 내가면서 집을 사느냐?” 라는 나름의 철학은 집값이 오르면 “집값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오르네? 우리도 집을 사야되는 것 아닌가?”하는 조바심으로 바뀌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다는 점이다.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주택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경우라면 이 같은 애로점들도 한번쯤은 고려해본 후 지금처럼 가격이 많이 내리고 전세가격은 오르는 추세에서 전세금과 초저금리를 활용해 내집마련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나중에 주택연금 등으로 활용해 평생 남의눈치 안보고 사망 때까지 연금을 받으면서 노후보장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내집마련은 임차인의 애로점을 피하고 노후보장도 되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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