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종의 보험 CP 도입은 제도적 허점?

  • 공정위 CP, A등급 이상 대기업 '수두룩'<br/>"당초 취지 무색하다…공정위 처분 대비한, 일종의 보험"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정부가 기업들의 모범 운영을 촉구하기 위해 이른바 '당근책'으로 불리는 '자율 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했지만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제도적 허점'으로 기업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부당지원행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관해서는 혜택을 제외하고 있으나 법 잣대가 여전히 모호한 데다, 불법을 자행한 대기업들의 CP 신청이 계속되는 점도 석연치 않아서다.

23일 공정위와 정치권에 따르면 컬러강판 담합사건의 조사대상인 포스코강판과 현대하이스코가 CP A등급(비교적 우수)인 23개 기업에 포함됐다.

CP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운영하는 내부 준법시스템이다. 평가 결과 A등급 이상의 기업에는 과징금 감경 등의 차등적 인센티브 혜택이 제공된다.

인센티브가 적용되면 A등급 10%, AA등급 15%, AAA등급은 20% 이내의 감경혜택을 받게 된다. 해당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만약에 불공정행위를 저질러 운 나쁘게 걸려도 과징금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올해 공정위가 CP 등급 평가를 실시한 결과 포스코, 기아차, 삼성, 신세계, 이노션, 현대 등 27개 기업이 A 이상의 등급을 부여받게 됐다.

공정위 평가 결과를 보면 푸드머스, 포스코, 풀무원건강생활, 기아차 등 4개사가 AA등급(우수)을 받았다. 삼성, 신세계, 현대 등 23개 기업의 경우는 A등급(비교적 우수)이다.

23개 기업들은 대림자동차공업, 두산건설, BGF리테일(보광),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토탈, 신세계, 이노션, 오라관광, 풀무원식품, 포스코강판, 포스코특수강, 포스코플랜텍, 포스메이트, 포스코켐텍, 포스코엠텍, 포스코A&C 건축사사무소, 한국암웨이, 한국HP, 현대모비스, 현대엠코, 현대제철, 현대파워텍 등이다.

이를 기업집단별로 분류하면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9개, 포스코 8개, 대림 4개, 풀무원 3개, 삼성 3개사 순으로 전체 신청기업의 69%(27개사)를 차지하고 있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정무위원회)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과징금 조치를 받은 기업에 대해 CP 등급 조정을 하지 않고 있어 등급이 하락해야 하는 업체가 여전히 공정거래 자율준수 우수업체로 행세한다"며 "CP 등급평가제도가 기업에는 공정위 처분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도 "기업들이 혜택만을 노려 제도를 도입하고 법규 준수 노력은 하지 않는 등 제도적 허점이 있다"며 "대기업 입장에서 평가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 데다 CP 등급을 받아 칼날을 면할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평가부터는 보다 많은 기업의 CP 등급 평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평가기준을 개정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 평가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세부측정지표로 평가하고, 기업들의 자율적인 법 준수 문화가 확산되도록 제도개선과 인센티브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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