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자본시장, IT 기술과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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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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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일찬 코스콤 기술혁신단장

사진=안일찬 코스콤 기술혁신단장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이른바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은 여전히 매서운 위력을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 칼바람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우선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개방형 경제체제의 경험이 일천한 점, 경제규모 면에서 글로벌 GDP의 2%도 채 되지 않는 점, 지정학적으로도 열강에 둘러싸인 점, 그리고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 등 때문이겠거니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 제고를 위해 투명한 회계, 금융투자상품 거래내역 보고,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등 금융기관에 더욱 많은 규제를 부과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모든 거래소의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보고·집계하는 통합금융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거래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구축사업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강화되는 규제를 준수하려면 최첨단 IT 기술과 시스템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금융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금융과 IT를 동떨어진 것으로 보는 인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선진국의 경우 IT를 기반으로 한 신종 고부가가치 금융산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빠르고 저렴한 수수료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체거래시스템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은 금융공학 지식과 우수한 IT를 결합한 새로운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엄청난 데이터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비즈니스 목적에 적절히 활용하는 빅데이터 기술이다. 이와 더불어 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점차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스템과 인력이 뒷받침되는 우수한 IT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난 몇 년 사이 전 세계 주요 거래소는 수십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에 증권 거래를 처리하는 초저지연 매매체결 기술 등 강력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합병(거래소 간 또는 거래소와 IT벤더 간)과 교차거래 서비스로의 영역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또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은 퀀트(Quant) 기술을 증권거래에 접목하고, 심지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상의 정서까지 분석해 발 빠르게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미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대체거래시스템들은 토종 거래소들을 위협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글로벌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이제 우리나라를 바라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은 2014년 초 가동을 목표로 수십 마이크로초 수준의 세계 최고 증권거래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EXTURE+) 개발·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거래량이 급감한 지금의 시장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장간 경쟁을 통해 좀 더 빠르고 저렴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겠지만, 이러한 환경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관련 IT 인프라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금융투자업계 또한 우수한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달라진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시장참가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은 향후 달라질 시장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해 필요한 IT 기술과 인력을 갖추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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